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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프리즘] 사람 기다리는 시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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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호] 승인 2009.0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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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종/시인

‘쏜살같이’란 말이 있다. 빠른 것을 비유할 때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사용한 말이다. 정말이지 쉽게 가는 시간이 느껴질 때 나는‘눈 떴다 감을 시간이 없다’는 표현을 앞세운다. 흔히 다른 것에 곁눈질할 시간 없이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 덧 시간은 흘러가고, 이를 되돌아볼 때 이 같은 말이 떠오르곤 한다.

최선은 자신을 털어 넣는 건곤일척

벌써 새해도 두 달 여가 지났다. 새해가 될 때마다 한 해의 초입에서 1년 동안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목표를 세우건만 마무리의 자리에서는 얼마나 그 일을 제대로 했는지 부족함은 없었는지 돌이켜 보며 지나간 시간을 탓할 때가 많다. 하지만 모든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고 무심한 보폭으로 흘러갈 뿐이다.
 
   
▲ 김 종 시인
일을 하다 보면 주변의 여러 상황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거나 진행하는 데 있어 뭉그적거리며 우물쭈물 세월을 허비한 적이 많다. 그런가하면 당초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낭패를 겪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쏜살같은’  시간을 두고 후회를 하곤 하지만 이를 어쩌랴. 이미 시간은 가고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물 같은 일인 것을.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1856~1950)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지은 적이 있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는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당초 의도와는 좀 다르게 번역된 부분도 있다지만 어떻든 사람은 누구나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며 그때 가서 후회한들 소용없다는 뼈아픈 반성과 그의 짙은 해학성까지 읽을 수 있다.
 
처음부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영부영하거나 우물쭈물 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긴장이 풀리고 자신의 안이함과 태만 때문에 결국 후회라는 아픔을 간직하며  아쉬움 많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버나드 쇼가 말한 위의 아포리즘은 그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매서운 가르침이 넘실거린다. 버나드 쇼는 생전에 우물쭈물한 사람은 아니었다. 또한 살았던 생애만큼 많은 성과를 남긴 인물이다. 그럼에도 목표한 일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같이 일갈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고 했고 모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이리라.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자신이 믿는, 가치 있는 일에 서 비롯된다. 그리고 자신감을 앞세워 자신을 털어 넣는 건곤일척 같은 일이라 하겠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결과 또한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간 살아온 세월에 최선을 다했는가 아니면 후회스러웠는가는 결국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된다. 버나드 쇼 또한 그런 각성으로 자신의 묘비명을 쓴 것은 아닐까.
 
내 자신도 한 갑자를 넘겼지만 아직은 청춘이다. 허나 되돌릴 수 없이 나이가 쌓여가고 그 많은 일들이 대목대목 후회스럽기도 하다. 요즘 영화 중에 브레드 피트 주연의‘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자연의 순리를 뛰어넘는 기발한 발상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80세의 외모를 가진 갓난아이 벤자민은 주위의 놀라움 속에서 자라나는 특이 체질의 소유자다. 그는 어린 시절 소녀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는 반면, 데이지는 자연의 순리대로 늙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처럼 세월이 가면서 계속 젊어지는 사람이 부러운 것은 아니지만 가끔  내가 좀더 젊었더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것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자탄의 의미와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나이가 그리 대수는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의 생애적 시간은 오랫동안 문학을 하며 살아왔다. 허나 십여 년 전부터 그림 그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내 생의 이후의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다.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처럼


사람이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시간이 사람을 기다리는 삶을 어찌하면 엮어갈까. 애플창업자인 스티브잡스가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장에서 했다는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라”는 메시지는 평범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다. 그는 이어지는 말에서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며칠 연속 'NO'라는 답을 얻을 때마다 자신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망설이다가 끝나는 생이라면 부질없기 그지없다. 저마다 자신의 생을 사랑하고 완성하기 위하여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수는 결과를 챙기고 고수는 과정을 챙긴다”는 말에서 주어진 시간을 창안의 프로세스로 엮어가는 生이야말로 절대에 가까운 자기 최선이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우물쭈물하지 않고 흘러가는 生,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삶일 터이다. 우물쭈물 하다 보면 정말 시간은 ‘쏜살같이’지나가고 후회만 뒤에 남아 뭉그적거리는 나를 계속 괴롭힐 것이다. 쿠어바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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