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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④"일본으로 가야 한다"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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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호] 승인 2009.0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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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케 한 항만시설과 목포 시가지, 그리고 철로, 도로를 보고 돌아온 서상록은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쳐야 했다. 어수선한 마음은 한 달 열흘이 가도 마찬가지였다.

서당과 향교에서 배운 한학 교육만으로는 요즘처럼 질풍노도와 같은 속도로 변하는 시대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대로 시골에서 한학만 배우고 있다가는 평범한 사람처럼 인생을 마치고 말 것이라는 불안과 초초감이 엄습하였다.

목포에서 경험한 충격 탓에 서상록은 가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들판 어귀에서 멍청히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목포항에 정박해 있던 몇십 톤급 증기선이며, 고층건물, 확 트인 도로가 떠올랐고, 귀에서는 "제 모습도 몰라?"라고 빈정대던 이발사의 목소리가 윙윙 거렸다.

평소 아무리 짜증이 나도 드넓은 철야 들판과 어머니 품과 같았던 덕룡산를 바라보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가라앉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덕룡산과 들판이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정작 그를 가로막은 장애물은 어려운 가정형편이었다. 학비도 문제였지만 목포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큰돈이 있어야 했다. 고작 논 몇 마지기를 빌어먹고 사는 그의 부모가 아들을 목포로 유학을 보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처음에는 이 같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그의 머리에 '배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맞아. 우리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날이면 날마다 땡볕 아래에서 허리를 굽이며 농사를 짓는 거야. 신식 학문과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날 이 지경이 되어버린 것 같아."  어찌 생각하면 단순하고 명백한 결론이었다.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히자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새 여유가 생겼다.
"배우려면 고향을 떠나 목포와 같은 넓은 무대로 나가야 한다. 그곳에서 주경야독으로 기술과 공부를 동시에 배우고 익히면 된다. 목포에서 본 신문명은 일본에서 왔다.

그렇다! 일본으로 가야한다. 일본으로 건너가 새로운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 이 몸서리쳐지는 가난을 벗어던져야 한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친 그는 사나흘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일본행이었다.

마음을 준비를 하고 부모님 앞에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아버님, 어머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단지 일본이 좋아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신식 학문과 선진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을 가고 싶습니다. 며칠 밤낮을 고민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지금 배우는 한학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아들의 말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너를 믿는다. 자라면서 너는 한 번도 우리들 속을 썩인 적이 없었거니와 네 재주와 효성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늘 찬사를 보내왔다. 부모로선 그보다 더 한 기쁨이 없었다. 하지만 이역만리 남의 나라 땅에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이야?" 

"하늘이 사람을 낼 때 반드시 그 쓰일 용ㄷㅎ가 있어서라고 했습니다. 또 하늘은 사람을 크게 쓰기 전에 먼저 고난을 주어 시험을 하고 강하게 만든다 했습니다. 제가 만약 날 때부터 남보다 더한 일을 할 사람으로 점지를 받았다면 그 정도 어려움은 당연히 이겨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말이 오가는 사이에 어머니는 치마폭에 얼굴 묻으며 우셨다.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어떻게 홀연 단신으로 일본으로 간단 말이냐?"

부모님을 끝내 설득한 그는 도일(渡日)이 현실로 옮겨지게 되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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