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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③목포에서의 하루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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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호] 승인 2009.0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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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1897년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개항되어 일본이나 중국과의 무역을 전담하게 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전국 6대도시 중의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목포에서 서상록의 눈에 처음 들어 온 것은 거리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었다. 장날도 아닌데 각자 짐이나 봉투를 하나씩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전 처음 보는 차림으로 시가지를 오가는 모습에 혼이 빠졌다.

상록의 고향에서는 모내기와 풀 뽑기를 끝내놓고 들녘에 누워 한숨 잠을 청해야 할 오후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어디를 바쁘게 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서양식 건물과 상점에 진열해 놓은 물건을 구경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1-2시간 목포 시가지를 구경하고 항구로 나간 그는 외국으로 보내기 위해 큰 배에 짐을 싣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을까? 언젠가는 나도 큰 배를 타고 넓은 세상을 구경해야겠다.”

향교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배우고 듣기는 했지만 막상 목포에서 하루는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16년 동안 산골에만 묻혀 살았던 그는 이날 왜경(倭鏡)이라 부르던 신식 거울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학다리’라 부르는 곳을 지나는데 반짝반짝 빛나면서 눈이 부시는 네모난 물건이 하나 있었다. 그 앞을 지나가는데 자기와 비슷한 옷차림을 한 사내가 걸어가고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가던 길을 되돌아 와 다시 네모난 물건을 보면서 지나가는데 이번에도 자기와 닮은 사람이 행동을 같이하면서 걸어가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서상록은 자기와 닮은 사람이 눈치 채지 않도록 곁눈질을 하면서 그곳을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을 거듭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상록은 용기를 내어 네모난 물건에 얼굴을 바짝 들이 됐다. 그러자 자기와 행동을 같이했던 사람도 약을 올리려는 사람처럼 면상을 들이대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순간 인근 상점 문이 열리더니 웃음소리와 함께 ‘촌놈’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저런 촌놈은 처음 보내.”

“자기 얼굴을 보고도 누구인 줄 모르다니..쯔쯔쯔...”

상점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그는 순간 창피스러운 마음에 그 자리를 서둘러 피했다. 하지만 상점 주인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전에서 맴돌았다. 난생 처음 본 물건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였다.

당시 목포시가지의 상점 간판은 모두 일본어로 씌어져 있어 서상록은 무슨 가게인지를 알지 못하였다. 시내에 큰 건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바삐 그곳을 드나들고 있었다. 또 다시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저 집은 무어라 부르는 곳이요?”

“은행도 모르시오?”

“은행이 무얼 하는데요?”

“정말 답답하네. 저금도 하고 융자를 받는 곳이지.”

“저금?, 융자?, 그게 다 무엇이란 말이요?”

“아니 저금과 융자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은행을 설명한단 말이요. 나는 바빠서 가요.”

“잠깐만요. 하나만 더 가르쳐 주시오. 저 집은 무엇 하는 집이요?”

“우체국이요.”

“죄송한데 우체국에서 무엇을 하는지 가르쳐 주시오.”

“소식 전하는 곳이요.”

“누가 누구에게 소식을 전한단 말이요?”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군. 아무래도 나로선 설명을 할 수 없소. 혼자 힘으로 알아보시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매번 물어봐도 답은 똑같았다. 거울 때문에 망신을 당한 것을 금세 잊은 그는 별천지 같은 목포 시가지의 광경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져 가고 있었다.

“저런 신기한 물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저 커다란 집에서는 도대체 무얼 하기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던가.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줄 까맣게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야”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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