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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②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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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호] 승인 2009.0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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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향교 선발시험에 합격하다’

서당에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의 부모는 자식을 칭찬하면서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에는 향교에 들어가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이 있었는데, 4년 동안 서당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한 서상록이 향교 선발시험에 합격하였다. 향리출신에다 서당에서 공부한 가난한 농부의 자식이 향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당시로서는 자부할만한 일이었다. 향교 선발시험은 나주 각지에서 몰려든 수백 명 가운데 10명 이내에서 선발했기 때문이다.
 
향교시험에 합격한 서상록은 나주향교와 남평향교로 다니며 강(講)을 들었는데, 주로 남평 향교에서 강을 듣는 날이 많았다.

말끔히 옷을 다려 입고 서책을 옆에 끼고 집을 나서는 서상록을 만나는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제 자식 일처럼 한마디씩 하였다.

“우리 마을에 인물났네. 제발 많이 배워 우리 좀 잘 살게 해다오.”

“아무렴. 배운 사람이 잘 해야 나라나 백성이나 편하단다.”

서당에서 『소학(小學)』을 배운 그는 향교에서 『대학(大學)』을 비롯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배우기 시작했다. 서상록은 향교에서 배운 책 가운데 유독 『명심보감(明心寶鑑)』을 좋아했고, 그와 별도로 절구(絶句)나 율시(律詩) 등 한시를 읽고 짓는 법을 배웠다. 그 방면에서도 글재주가 있었던 그는 여러 사람 앞에서 그가 지은 한시가 낭송되기도 하였다.

그는 서당에 다닐 때도 글짓기 실력이 뛰어나 장원을 한 적이 있었으며, 향교에서 개최한 백일장에서도 1등을 차지할 정도로 글재주가 남달랐다.

서당과 향교를 오가며 배움의 기쁨에 들떠 세월을 보내는 동안 17살이 되었다. 당시에는 그 나이만 되어도 풍습대로 혼례를 치르라는 성화가 빗발쳤다. 실제 몇몇 집에서 은근히 매파를 놓아 부모의 의향을 물어오는 터였고, 그 중에서도 친척 아주머니 한분은 아예 서상록의 집에 와서 눌러 살다시피 하며 여러 규수감에 대한 자랑과 소개를 늘어놓았다.

“왜 싫다는 거야?. 장가 가면 예쁜 색시에 좋은 옷에, 좋은 이불, 잘만하면 소나 논 같은 재산도 생기는데, 그 좋은 일을 왜 마다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러나 한번 만나 보라구.“

그러나 서상록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함께 어쩌면 세상 사는 방식이 그렇듯 관습에 매어진 것만은 아닐 거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거절하였다. 그러던 중 1926년 초여름. 서상록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포에 갔다가 운명처럼 다가온 충격에 머리를 얻어맞는 것 같은 강한 충격을 받았다.

이 충격은 아직 머리를 길게 땋아 늘인 채 좀 더 한학을 배워 공자와 맹자의 도를 본받아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있던 그의 인생을 여태껏 생각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무안에 있는 외갓댁을 찾아 나설 때만 해도 오히려 신식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그가 목포에 간 데는 무안과 지척지간에 있는 목포나 들러보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대도시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길래 그처럼 세상이 변한다고 아우성들인지 그 실상을 알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하지만 그것은 호기심이었을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저 남이 살아가는 모양새나 보아두자는 소극적인 동기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목포 시가지에 발을 들여 놓은 그 순간부터 꼬박 하루 동안 서상록은 전율과 흥분에 붙잡혀 보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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