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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추천도서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이소선 ‘여든의 기억’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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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승인 2008.12.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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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번이나 나랏법을 어기고 세 차례나 옥살이를 한 사람”

한국노동운동의 상징인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씨의 삶을 이씨의 구술을 토대로 기록한 책이 나왔다. 노동운동가 오도엽씨는 2년에 걸쳐 이씨의 구술을 기록, 정리해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를 출간했다.

마흔을 넘어 ‘삶의 기둥’이었던 아들을 잃고 1970년 11월 13일 이후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로 살아온 이소선. 보통명사 ‘어머니’가 그를 부르는 ‘고유명사’가 돼 버린 ‘할머니’ 이소선의 ‘여든의 기억’을 담은 책이다.

2008년 올해로 여든을 맞은 이소선의 지나온 세월에 대한 기억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이소선은 여든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오도엽은 6백일의 기억을 적는다. 필자는 “이소선 몰래 녹음기를 켜놓고 밤부터 새벽까지 이야기를 했다. 아니 이소선은 이야기를 하고 나는 졸았다”며 “우리네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저항의 표상인 듯 싶다가도 어느새 내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며 옛날이야기를 풀어내는 할머니 같았다”며 그와의 600일을 기억한다.

책은 1946년 대구 총파업부터 시작된다. 이듬해 결혼해 아이 셋을 낳고 가난에 쫓겨 상경해서는 아들 전태일에게서 근로기준법을 배우다 1970년 11월 13일 아들의 죽음을 목도했다. 이후 38년 동안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어머니’로 불리면서 180번이나 법을 어기고 3차례나 옥살이를 한 이씨의 생이 332쪽에 고스란히 걸쳐 그려진다.

   
 
이소선의 삶은 가난했다. 남편의 사업은 번번이 빚만 졌고 세 명의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만 했다. 첫째 아들인 전태일이 평화시장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가족은 다시 모이게 됐다. 태일은 집에 돌아오면 이소선에게 공장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주로 어린 여공들에 대하 애처로움이 담긴 내용이었다. 그 예뻤던 마음이 한 줌의 재로 변할 줄 그녀는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 날,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아들을 앞에 두고 이소선은 약속했다. “내 몸이 가루가 되어도 네가 원하는 거 끝까지 다 할거다.”

그 후로부터 그녀는 노동조합이 뭔지, 근로기준법이 뭔지 몰랐지만 아들의 뜻을 지켜주겠다는 일념으로 싸우고 또 싸웠다. 우리의 숱한 노동사를 들춰보면 이소선은 늘 그곳에 있었다. 힘없는 근로자들의 엄마로, 때론 여전사로, 그렇게 시작된 험로를 그녀는 아직도 걷고 있다.

책은 이소선의 삶이 왜 이러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주는 만큼만 전태일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소선, 한 사람으로 채웠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책인지도 모른다.

아들과 약속을 지키겠노라고 38년을 사는 동안 180번이나 나랏법을 어기고 세 차례나 옥살이를 한 사람. 그래서 수많은 노동자에게 ‘어머니’로 불리는 사람. 이제 여든이 된 그 ‘어머니’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이 시대 어른의 기억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어머니가 간직한 기록이고 역사이다. 신산스런 시대의 아픔이고, 피눈물로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굴곡진 현대사의 한복판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그녀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한 순간 불꽃처럼 살다 가버린 아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견디기 힘들어 보인다. 어떻게 살아도 한 세상이었겠지만 그녀가 감당했던 모진 시간들 앞에서 저절로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민주화 운동의 ‘맹장’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소선의 특별한 인생을 칭송하는 평전도, 자서전도 아니다. 두 사람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한 사람(이소선)은 여든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다른 한 사람(오도엽)은 6백일의 기억을 적는다. 두 사람의 기억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면서 투박하지만 진솔하고, 뜨겁지만 넘치지 않는 한 인생이 그려진다.

구술한 내용을 정리해서 이 책을 쓴 오도엽은 ‘인간의 역사란 망각에 저항하는 기억의 투쟁’이라는 말로 이 책의 의미를 갈음한다. 노동운동의 역사이며 잊어서는 안 되는 이 시대를 살아 낸 노동자들의 기억인 이 책을 통해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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