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어머니 그러셨지
고구마 썩은 것은 통째로 버려야 한단다
고구마는 손가락 한 개만 썩어도
온몸에 쓴맛이 들고 말지
썩은 고구마 몸통을 갈라보니
일심동체를 실현하겠다는 듯
천수관음처럼 돋아난 천 개의 손들이
결코 혼자 놓아 보내지 않겠다는 듯 깍지 끼고 있었지
살집 사이사이 점점이 스며있는 검은 자욱들
검은 자욱마다 상처의 쓴맛을 나누고 있어
매운 고춧가루에 재채기라도 쏟아지려는 듯
콧방울이 매콤해지고 말았지

한 탯줄의 쌍생아처럼
너의 웃음이 나의 웃음이 되고
너의 상처가 나의 상처가 되는
어깨동무하고 흐르는 너와 나의 실핏줄

이제부터 서로의 안부를 수시로 타전해야겠어
네가 저 백두산쯤에서 얼어붙으면
이내 몸체가 폭삭 삭아지고 말
백두대간 고구마줄기 같은
우리 서로 사무친 인연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