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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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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호] 승인 2008.1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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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법과 글법』

'말하는 것처럼 쓴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하지만 예외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숫자 표기인데, 예를 들면 이렇다.

이 건물 짓는 데 한 삼사십억 원 들었을 걸.

여기서 '삼사십억 원'은 '30억 원에서 40억 원'이란 뜻이다. 글로 쓰자면 '30억~40억 원'이다. 당연한 걸 뭐 그렇게 강조하느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런 글을 한번 보자.

정부는 현재 입법과정에 있는 태평양전쟁희생자지원법을 통해 희생자 유족들에게 총 1~3조 원 안팎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신문의 기사인데, 사실 이 내용은 유족들한테 욕 듣기 딱 좋다. 지원액 '1~3조 원'은 '1원부터 3조 원까지', 다시 말하면 최고 3조 원일 수도 있지만 최소 1원이 될 수도 있단 뜻이기 때문이다. '1조 원에서 3조 원까지'가 아니냐고 반문하고 싶겠지만 "물결표(~)를 써서 '1원부터 3조 원까지'를 표기하라"는 문제에 답을 해 보면 말이 안 되는걸 알 수 있다('1~3조 원' 이외에는 표기하는 방법이 없다. '1원~3조 원'은 '원'이 중복되므로 쓰지 않는 표기 방식).

즉, '1~3조 원'이 '1원에서 3조 원까지'와 '1조 원에서 3조 원까지' 두 가지 모두를 나타낼 수 없으므로 앞의 것만 표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500~700만 원에 합의한다'는 합의서를 써줬을 경우 가해자 측이 500원만 줘도 할 말이 없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말로는 '3,40억 원'이라도 글로 쓸 땐 '30억~40억 원'이라야 하는 까닭이다.

신뢰할 만한 신문이냐 아니냐 하는 것도 이런 표기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다. 사실 이런 건 교열기자가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기도 하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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