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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추천도서 -《바다의 기별》 김훈(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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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호] 승인 2008.12.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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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함 속에 꼭꼭 숨겨둔 ‘내면의 일기장’

김훈이 처음으로 내면의 풍경과 정신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맨살을 드러냈다. 그는 터럭 하나 숨기지 않고, 늙은 몸을 드러낸다. 다음은 없을 듯이,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남김없이 뱉어낸다. 김훈이 김훈에 대해 쓴 글이다.

100만부를 돌파한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 〈남한산성〉 등 걸출한 장편소설을 펴내며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로 우뚝 선 김훈이 〈자전거 여행 1·2〉,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에 이어 4년 만에 에세이집을 내놨다.

에세이집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는 통상적 의미의 에세이 말고도 강연 원고와 문학상 수상 소감, 그리고 작가가 그동안 낸 책들의 서문이 함께 묶여 있다. 그의 앞선 산문집들이 문학적이거나 서사적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작가의 개인사와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오랫동안 신문기자생활을 하고 여러 장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작가 김훈의 그동안 보지 못한 심연과 내면을 담은 에세이집이라 하겠다.

   
 
불화 했던 아버지와의 기억과 자신의 문학론에 대한 성찰이 13편의 에세이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는 먼저 바다를 얘기하면서, 사랑을 말하는 것으로 오래된 실타래를 풀어놓는다.

그에게 사랑은 ‘닿을 수 없는 것’, ‘품을 수 없는 것’, ‘건널 수 없는 것’이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려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사랑이 바다였다면, 그에게 아버지는 ‘광야를 달리는 말’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죽었던 겨울의 스산함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사랑과 존경을 감춰둔다.

아버지와의 추억, 어머니와의 추억, 소방관 이야기, 철장사, 시집과 화가에 대한 평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에세이집의 틀 안에 담겨있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김훈은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간 털어놓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고 있다. 눈과 발로 쫓아 사실에 입각한 글쓰기의 치열함과 죽음에 대한 사유, 악과 폭력을 바탕으로 한 약육강식의 세계에 대한 날 선 시선, 힘겨웠던 유년시절 등 그간의 삶과 문학과 시대를 눈부신 미문으로 묘파(描破)해 놓았다.

한 개인으로, 아버지로, 아들로, 소설가로서 겪은 삶의 비릿한 진실을 풀어놓아 소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는 또 이 책에서 장편 〈칼의 노래〉 첫 문장이 ‘꽃이 피었다’로 시작하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꽃은 피었다’로 적었지만 담배 한 갑을 다 태운 뒤 첫 문장을 고쳤다고 한다. 그 이유는 ‘꽃이 피었다’는 사실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진술한 언어이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바다의 기별》에는 치열한 글쓰기를 해온 작가의 문학론과 세계관, 가족과 일상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이 실리고, 현재 삶에서 느끼는 사고의 단편들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글에 대한 단상도 담겨있다. 딸에 대한 추억과 기자 시절의 경험들이 분명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다가온다. 잠시만 집중력을 잃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는 문장은 다시 봐야 하는 순간도 생긴다.

《바다의 기별》은 이처럼 온몸을 다 바쳐 글쓰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온 작가 김훈의 내면  세계와 삶의 모습 그리고 그가 살아온 시대와 가족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어, 김훈에 대한 이해의 폭을 한층 더 깊데 해줄 것이며,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이들에게 깊은 위안과 힘찬 용기를 선사해 줄 것이다.

장편 〈칼의 노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훈은 자전거 레이서로서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오랫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했다. 지은 책으로는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그리고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 1.2〉, 장편소설 〈빗살무늬의 추억〉과 〈남한산성〉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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