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산되는 과일 가운데 그나마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나주배가 국내 시장에서마저 지베렐린(성장촉진 호르몬) 과다 사용으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난 추석에 출하된 신고배는 미숙과가 대부분이고 큰 것들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지베렐린을 처리 한 것으로 모양만 좋고 맛이 없어 소비자로부터 혹평을 받았었다.

그런 가운데 얼마전 설 명절에 판매된 나주배 또한 1-2일만 냉장보관을 하지 않으면 금방 윤기가 없어지고 푸석푸석해져 소비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쳐 더 이상 국내 최고라는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배 소비량이 가장 많은 추석에 맞춰 출하하기위해 성장 촉진제와 착색 봉투를 쓰면서 맛과 저장성,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는데다, 최근 값싼 중국산 지베렐린을 오남용해 국내시장에서마저 울산배 또는 남양주배에 밀리고 있는 추세이다.

울산시의 경우 미숙과 문제가 불거지자 울산배의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농민들에게 미숙과나 호르몬제 처리 배를 출하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추석에는 공급할 만 한 물량이 워낙 적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저장성이 좋아 올 설 명절에는 오히려 나주배보다 선호도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 전체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베렐린을 바르면 수확 시기는 일반 배보다 4∼7일 정도 빨라져 성수기인 추석 전 출하가 가능해지며, 배가 굵어져 최상품이 될 확률도 높아져 농가에서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맛과 저장성이 떨어져 오히려 최근에는 소비자로부터 모양만 좋고 맛은 없는 배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나주배원협은 지난해 경작자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중국과 일본에서 튜브용 지베렐린 4억 6000만원(6800개)어치를 들여와 판매했다. 2004년 4억 3400만원,2003년에도 4억 2600만원어치를 수입했다.

배원협 관계자는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은 간접 침투하기 때문에 인체에는 해가 없지만 당도가 떨어지고 과즙이 줄어 맛이 없으며, 저장성이 낮아져 상품성이 떨어진다”며 지베렐린 사용을 최소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지베렐린 사용으로 최근 나주배 명성이 추락하자 나주시와 배원협은 간담회를 갖고 지베렐린사용 감소에 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