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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 - (72)「애필과 콘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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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호] 승인 2008.0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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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고들 한다. 계절의 흐름을 그만큼 에 잡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철이 다가온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폭로’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대로 된 폭로야 유권자가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니 상관없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가 많으니 문제다. ‘말’에 관한 ‘아니면 말고’도 자주 보인다.

먼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콘돔’의 이름을 바꾸겠다고 나선 이 단체는 ‘애필(愛必)’을 콘돔 대신 쓸 새 이름으로 정했다.

그러나 실제 이름이 ‘애필’인 사람들의 반발-그들로서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이다-에 부닥쳐 이 말은 며칠 만에 삶을 마감했다. ‘없던 일’이 돼 버린 것이다.

그 다음엔 정부가 나섰다. 통일부는 북한 이탈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안정적인 남북관계 등을 위해 ‘탈북자’라는 말을 ‘새터민’으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말뜻이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라면서 곧 전자 국어사전에도 등재될 것이라고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정작 ‘새터민’이라고 불린 사람들은 반응이 시큰둥 했다. ‘탈북자 동지회’ 사무국장은 ‘새터민 동지회’로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새터민’ 표기가 백지화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없던 일이 된건 아니나, 새 말이 자리 잡으려면 많은 호응을 받아도 어려운 판에 당사자들마저 반발하고 있으니 앞날이 불투명 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한 인터넷언론은 대통령의 ‘경제 올인’을 두고 ‘개혁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로 추락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한 인터넷언론은 대통령의 ‘경제 올인’을 두고 ‘개혁 대통령이 경제부총리로 추락했다’고 꼬집었다. 글쎄 ‘그 개혁’ 말인데, 없던 일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없었던 것인지….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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