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일 요리연구가

전라남도 나주시 금천면 벽류길 88-4 에 위치한 이곳 ‘나주 금성원’이라는 보육원을 알게 된 것을 불과 8개월 전이다.

“형님 어디 갔었어요? 장사도 안 하고! 손님들 헛걸음하면 어쩌라고요!”

내가 운영하는 초밥집 바로 옆에는 ’돈가스‘집이 있는데 갑작스럽게 몇 번씩 가게 문을 닫아버리곤 한다. 작년 어느 날인가부터 늦은 점심시간 옆집 사장님께 핀잔을 주곤 했었다.

“가게 영업보다 더 중요한일이 있었어!”그의 대답은 간결하고 묵직했다.

식당영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가게운영보다 중요한 것이 뭘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돈가스 사장님은 한 달에 한두 번씩 ‘금성원’이라는 곳에 가서 돈가스, 떡갈비, 파스타 등등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고 있었다.

“요즘 경기도 어려운데 무슨 돈으로 그래요?”, “가게 문을 닫고 그렇게 하면 손해가 얼마에요?”, “그런다고 돌아오는 게 있어요?”

어쩌면 나 역시 철저한 장사꾼 기질과 보육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살아왔었을지도 모른다. 세상 사람들의 인식에 좋지 않은 곳이 바로 보육원이다. 각종 소설과 영화, 드라마에서 항상 등장하는 조직폭력배와 악당들은 대부분 공감 능력이 부족한 보육원 출신의 인물들로 자리매김 되어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통계를 살펴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 거리를 방황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고를 치는 불량청소년들 대부분이 부모가 있다. 보육원은 말 그대로 ‘保育院’으로서 아이들을 철저하게 보호한다.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세상 사람들의 시선과는 정반대로 바른 생활을 하며 올바른 가치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마도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편견 또한 한국전쟁 이후로 수십 년간 쌓여있었다. 전쟁과 피난길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 그리고 정말 먹을 것이 없어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보육원이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때 그 시절에도 아이들은 죄가 없었다.

스스로 찾아보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내 생각은 달라졌고 나의 삶 또한 달라졌다. ‘사장님’, ‘셰프님’, 요리사님 등등 나를 불러주는 이름들은 많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초밥 삼촌’, ‘초밥 아저씨’라고 불리는게 좋다.

2023년 1월에 오픈한 이래로 달마다 약 30만 원 상당의 간식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작은 ‘장사의 신’은현장 대표의 영상을 보면서부터이다.

“내가 가게를 인수하면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가게를 직접 운영하게 되면 많은 사람에게 베풀어야지!”말은 쉽지만 행동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나주목 초밥’을 오픈하면서는 바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던 이유는 사명감보다는 생각의 단순함에 있었다.

‘나주목 초밥’이전에도 사업자를 내고 가게를 운영한 적이 3번이나 있었지만 2년도 되지 않아 번번이 빚만 지고 실패했었기 때문에 기부, 봉사활동 따위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가게 오픈과 동시에 시작해 보자!”라는 정말 단순한 생각이었다.

난 사실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에 나는 먹는 것 때문에 친구들과 많이 다투고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지역에 사는 아이들은 그런 ‘악몽’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다. 내가 ‘금성원’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맛있는 간식을 맘껏 먹으며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어린 시절 ‘맛있는 간식을 실컷 먹었던 추억’그것은 내가 갖지 못했고 앞으로도 가질 수 없으므로 더욱 간절하게 시작했고 더 꾸준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