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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풀뿌리지역언론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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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승인 2020.05.11  01: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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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지역 언론을 계속하면서 쌓여가는 회의(懷疑)가 한 가지 있다. 고향에서의 언론인 생활은 열심히 할수록 ‘본전’(本錢)은 고사하고 많은 ‘적’(適)을 양산하게 된다는 현실이다.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역사회 네트워크 특성상 성역 없는 보도와 비판은 정당한 대우를 받기는커녕 ‘너만 잘났느냐’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오랫동안 삶을 이어온 고향이라 취재 대상이 거의 아는 사람이고 설령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한사람 건너면 대충의 인간관계가 연결되는 실정이다. 이런 관계 때문에 부정적인 기사가 보도되면 당사자는 선악불문하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다. 특히 취재대상 대부분이 일반인보다는 지방정치인, 공직자, 토호세력 등으로 거의 안면을 트고 사는 사이다 보니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보도되면 “아는 사이에 그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그들은 보도가 나가기 전 여러 경로를 통해 보도를 막기 위해 로비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보도했다는 생각에 반감을 노골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전화로 서운함을 토로하는 것은 양반 축에 속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돈독했던 친분관계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것은 다반사다. 우연히 식당이나 찻집 등에서 만나면 안면을 바꿔버리는 예가 허다하다. 설령 눈인사를 하더라도 싸늘함이 피부로 확 느껴진다.

취재대상이 된 당사자가 나와 아는 사이는 나름대로 나와의 친밀성을 잣대로 직접 연락을 하고, 모르는 사람이면 나와 친한 사람을 통해 비보도를 부탁한다. 이들은 애초부터 내가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부탁을 하기 때문에 거절당했을 때 느끼는 반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로서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배신감마저 느낀다. 

결국은 대부분 나와의 인간관계가 단절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직접 작성한 기사가 아님에도 나주투데이에 보도된 모든 부정적기사의 대상이 된 사람들 대부분은 나를 원망한다. 언론 메커니즘의 이해 부족으로 타 기자가 보도한 기사마저 나와 연관시켜 ‘인간적’이지 못하다고 나를 매도한다. 그 세월이 19년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인간적(人間的)이란 ‘사람다운 성질이 있는. 또는 그런 것’이라고 표기 되어 있다. 한대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타협을 잘하면 ‘인간적’이라는 말로 치장되고, 타협하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면 ‘비인간적’인 사람으로 치부돼 이방인 취급을 하는 사회가 된지 오래다. 인간적이라는 인간미 넘치는 정스런 단어가 타협의 대명사로 둔갑했다.

타협하지 않다보니 지역사회 패권세력과 부르주아지(bourgeoisie)들에겐 거북스런 언론이다. 계륵(鷄肋)같은 존재다. 성역과 금기를 부정하고 지역민의 알권리 충족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나쁜 것은 나쁘다고 지적해주는 사회가 발전한다는 언론의 사명이 그들이 사는 세상과는 맞지 않는다. 좋은 게 좋다고, 청탁 들어주고, 촌지 받고 그리고 못된 짓 눈감아줘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그들에게 나나 나주투데이는 언제나 불편한 존재다.

취재를 하다보면 인간적인 고뇌도 있다. 거절하지 못할 정도의 친분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인사로부터의 청탁을 받았을 때 이를 물리치기가 쉽지가 않다. 하지만 물리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자의 숙명이다. 지역민의 알권리가 ‘인간적’이라는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야합으로 숨겨지고, 부정부패와 비리가 ‘인간적’이라는 미명하에 촌지와 맞바꿔진다면, 그런 언론, 언론인은 존재이유가 없다. 기레기(기자+쓰레기)다.

세월호 사건 이래로 기자를 향한 ‘기레기’라는 아주 험한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 짧은 한마디에 그동안 누적되어 온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응축되어 있었다.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관찰자이자 진실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미명하에 사회의 온갖 명예와 무형적 권력 챙기면서, 최소한의 원칙과 윤리가 유린되는 데도 그걸 문제라고 생각조차하지 않는 무리들. 틈만 나면 자신들의 정치적·물질적 이익을 쫓으면서 공공의 이익과 약자들을 무참하게 짓밟는 자들이 아니냐는 매서운 비판과 분노가 담긴 말이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기자들에 대한 전국민적인 질타였다.

나주투데이 보도와 관련해 나를 ‘인간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원망은 없다. 후회도 않는다. 되레 훈장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나주투데이를 통해 부정적 보도의 대상이 됐던 사람들에 대해 미안함을 갖고 있을 뿐이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개인적 친분등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눈감아줄 수도 있는 사안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언론 입장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는데 기자로서의 고뇌가 숨어 있다. 내 직업이 기자가 아니었다면 그들과 쓸쓸한 악연을 쌓지 않았을 텐데 직업에 충실한 결과이기에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業報)로 여긴다.

흔히들 언론인을 ‘무관의 제왕’이라고 말한다. 언론인은 선출된 권력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관을 씌워주지도 않았고 씌워줄 수도 없다. ‘기자질’의 선악에 따라 독자들이 그를 인정하거나 무시할 뿐이다. 언론인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큼 힘은 진실이다. 일반 서민들이 알기 어려운 일을 밝혀내 세상 널리 알리는 것, 알려주는 것 그것만이 언론인 힘의 원천이다.

지역사회에서 진실을 추구 하는것, 나주투데이가 실천하고자하는 풀뿌리지역저널리즘이며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풀뿌리지역언론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됐을 것이며, 나주투데이를 비롯한 풀뿌리지역언론 종사자들은 때로는 좌절하기도, 때로는 그 좌절을 극복하고 살아남기도 했다.

적어도 나주투데이가 추구하는 풀뿌리지역언론의 위치는 자치단체와 지역(지역민)사회의 중간에 있으며 그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자치단체를 향해서는 합리적 지역(지역민)사회를 대변하고, 지역(지역민)사회에는 진실을 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들에 대한 가감 없는 펙트 보도로 지역민의 알권리 충족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민에게 그대로의 진실을 전하는 것, 풀뿌리지역저널리즘이 지향해야할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다. 사명(使命)을 다하다 사명(死命)을 다할지라도 나주투데이 기사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않고 오늘 못쓰면 내일, 내일 못쓰면 역사에 쓰리라는 나주역사의 기록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취재보도와 관련해서는 ‘인간적‘이지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적을 양산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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