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이철웅칼럼
나주시의원, 존재의 이유를 망각하지 말라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59호] 승인 2019.08.05  00:40:3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이철웅 국장
지난주에 이어 다산 정약용을 다시 소환한다. 정약용의 고손자(高孫子) 정규영(丁奎英)이 편찬한(1921년) 다산의 일대기 ‘사암선생연보’(俟菴先生年譜)에 정약용이 곡산부사로 부임하던 36세(1797) 때의 일이 기록 되어 있는 데 대충 간추리면 이런 내용이다. 

지난번 원님이 다스릴 때 곡산 아전들이 농간을 부려 포보포(砲保布:포군에게 내는 군포) 대금으로 200냥을 거두어야 하는데 900냥을 거두는 부정을 저질러 백성들의 원성이 일어났다. 이에 이계심이 주동이 돼 농민 천여 명을 이끌고 관아에 침입하여 항의하면서 “원님 물러가라”고 외쳤다. 관원들이 이계심을 잡아 무릎을 꿀리고 때리려 하자 천여 명이 일시에 이계심을 둘러쌌다. 아전과 관노들이 농민들을 마구 때리자 농민들은 흩어졌고 이 사이 이계심도 달아났다. 원님은 감사에게 보고했고 체포령이 떨어졌다.

한양에는 와전되어 전해지기를, 곡산의 백성들이 초거(軺車)에다가 원님을 떠메고 가서 객사 앞에다 던져버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마침 다산이 곡산부사로 발령을 받아 떠나려고 두루 인사를 다니던 중 찾아 뵌 정승 김이소(金履素)와 채제공(蔡濟恭) 등이 기강확립을 위해서 이계심 사건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산의 행렬이 곡산지방으로 들어가자 백성 하나가 탄원서를 손에 들고 길을 가로막았다. 반란군 수괴로 쫓기던 이계심이었다. 그의 탄원서에는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 12조목이 수록되어 있었다, 다산은 이계심에게 뒤를 따르도록 했다. 아전이 이계심을 오라로 묶고 칼을 씌워 따르게 해야 한다고 했으나 다산은 그냥 두게 하였다.

관아에 당도하자 다산이 이계심을 불러 “한 고을에 반드시 너 같은 사람 하나가 있어 형벌에도 겁내지 않고 죽음에도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백성들이 그들의 억울함을 풀게 된다. 너 같은 사람은 관에서 마땅히 천 냥의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할 사람이다”라며 되레 칭찬했다. 이계심을 심문한 결과 200냥을 낼 포보포 대금을 900냥을 받았다는 것이 사실임이 확인되자, 다산은 이계심을 무죄석방하면서 무죄석방을 하는 이유까지 정확하게 발표했다. 관아로 쫓아가 “원님 물러가라”고 외친 이계심의 행동을 벌하기는커녕 돈을 주고 사야한다고 되레 치하했다.

다산의 자찬묘지명(自讚墓誌銘에는 “수령이 밝은 정치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백성들이 자기 몸을 위해서만 교활해져 다른 백성들이 당하는 폐막(弊瘼)을 보고도 원님에게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다산의 유명한 논문 ‘원목’原牧)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 내용이다.

이계심을 무죄 석방한 다산의 ‘국민 저항권’논리는 ‘원목’에 잘 나타나 있다. 다산은 원목에서 “목민관이 백성을 위해서 있는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서 있는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목민관은 백성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더욱 혁명적인 것은 백성을 괴롭히거나 목민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군주는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다산의 ‘탕론’(蕩論)이다. 크게 보면 ‘탕론’역시 ‘원목’과 더불어 국민 저항권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18세기 말, ‘공자왈 맹자왈’이 ‘국시’(國是)였던 1797년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한 고을에 반드시 너 같은 사람 하나가 있어 형벌에도 겁내지 않고 죽음에도 두려워하지 않아야만 백성들이 그들의 억울함을 풀게 된다. 너 같은 사람은 관에서 마땅히 천 냥의 돈을 주고라도 사야 할 사람이다”라는 다산의 무죄판결은 지금 생각해도 ‘사이다 판결’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다산의 판결보다는 이계심의 부당한 관(官)을 상대로 한 저항정신이다.

원님의 가당치 않는 부정부패를 묵인하고 부당한 권위에 맹종하며 뒷구멍으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과 함께 당당히 싸우는 이계심이야 말로 오늘의 나주에 필요하다. 대의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나주에서 이계심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나주시의회다. 그러나 나주에 ‘이계심’은 보이지 않는다.

나주시장이 모 언론기관 여론조사에 전남도내 22개 자치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꼴찌를 해도, 시장측근 권력실세들이 안팎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가 있어도 나주시의회는 ‘어느 개가 짓느냐’다. 시의원들은 웅얼웅얼 거릴 뿐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의향(義鄕)의 도시라고 자부해온 목사골 나주가 의향과는 거리가 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나주시의회는 지역민을 대신해 나주시장이 시장질 잘못하고 측근관리 잘못하는 것 등을 감시하고 견제하는데 존재가치가 있다.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라고 했다. 열 번 옳은 말이다. “백성을 괴롭히거나 목민관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군주는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는 다산의 ‘탕론’(蕩論)을 재론하지 않더라도 나주시의회는 나주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한 옳고 그름을 그때그때 따져 견제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쁜 것은 나쁘다고 좋은 것은 좋다고 지적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시의원들의 ‘세월아 네월아’앞에 지역민들은 할 말을 잃는다.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나주시의회는 같은 당 소속의 시장과 ‘우리가 남이가’다. 나머지 시의원 세 명(무소속과 민중당)도 도진개진이다. ‘염불보다 잿밥’이다. 시의원의 의무는 다하지 못하면서 이들은 자기 자신을 가리켜 “본의원은…”이라고 말한다. 자연인 아무개가 아니라 헌법의 보호를 받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시의원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시의원이 감투나 권력이 아닌 지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사실을, 나주시 최고의 헌법기관은 그들이 아닌 그들의 주인인 유권자=나주시민임을 망각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일환으로 그들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계심’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시의원이 존재하는 것이다. “본 의원…”하며 거들먹거리라고 그 자리에 선출해 준 것이 아니다. ‘존재의 이유’를 명확하게 알았으면 한다. 시정운영 등 나주시 전반에 문제점이 노출됐다면 어느 때고 시의회를 열어 자초지종을 묻고 따져야 한다. 그것이 의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임시회를 소집하라는 얘기다. 장그로니에는 “침묵은 행동이다. 그것은 나쁜 행동이다. 항상 공개적으로 항의해야 한다”며 “침묵은 악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민선8기 나주시의회가 악과 협력했던 시의회라는 오명을 나주역사에 남기지 않기를 바란다.

이철웅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나주시 궁지에 내몰린 ‘쥐’신세 되나
2
[의정단상] 나주 SRF저지 시민운동이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3
나주시 위원회 참석수당 들쭉날쭉, 객관적인 기준 마련해야
4
드들강 둔치에 십리 대나무 숲을 만들자
5
나주시 로컬푸드 시험대 올라…지역농협 로컬푸드 매장 연달아 개장
6
나주지역 분란 유발자는 누구?
7
SRF문제 해결을 위한 촛불 밝히다
8
나주혁신도시 복합센터 초기부터 ‘파열음’…“국비 절반씩 나눠달라”
9
나주시의원, 존재의 이유를 망각하지 말라
10
4대강 부역자들의 발호, 지역사회 용납해서는 안돼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예향로 3803 (이창동) 2층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