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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공직자들, 복종의무에 숨으려 하지 말라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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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호] 승인 2019.04.08  01: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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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백만 명을 기아와 파멸 그리고 죽음으로 몰고 간 홀로코스트의 주역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 아이히만은 전범 재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범죄 혐의에 대해 ‘유대인 학살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하고 인간적으로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법적으로 자신은 ‘무죄’라고 강변하였다. 그는 자신이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한 일개 하수인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의 복종의무에 숨으려했다. 

이스라엘 법정은 아이히만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살인을 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윗사람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책상 위의 범죄가 단지 복종의 변명으로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단죄를 했다.

뜬금없는 아이히만이냐고 의아해하겠지만, 며칠 전 술자리에서 모 공직자가 아이히만 재판 얘기를 하면서 공직자들 대부분이 아이히만처럼 복종의 의무에 숨으려한다고 했다. 갈수록 나주공직사회가 공복(公僕)이 아닌 충견(忠犬)화 되어 간다고도 했다. “까라면 까야지 공복이라는 단어는 언감생심 사치에 불과하다”며 “공직자로서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실천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소신 있는 행정행위보다는 복종의무에 숨으려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고 했다. 목소리에서 자책(自責)과 자학(自虐)이 짙게 묻어났다.

평소 소신 있는 공직자로 여기고 있었기에 그마저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에 숨으려한다는 말에 충격이 컸다. ‘나주공직사회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는가’라는 독백을 해보지만 거기까지다. 공직자로서의 길을 선택했다면 국민과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공직자는 윗사람의 복종을 떠나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부당하고 불법적인 명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른 부처로 옮겨 달라는 요구가 감당할 수 없는 처벌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모두가 복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수는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공직자는 존재 한다. 다만 복종의무에 숨는 다수의 공직자로 인해 존재가치가 백안시(白眼視)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사람들의 가치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게 있다. 아니 바뀔 수 없는 절대적인 명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사실이다.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력하여 얻어진 이익에서 봉급을 받지만, 공무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다. 그래서 공직자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도리다. 한나 아렌트는 ‘공무원은 공무원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일 때 정말 위험하다’고 말한다.

3년 전 대한민국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막은, 대통령의 부당한 정책을 거부한 고위공직자들이 있었다. 미국 법무부장관 대행은 행정명령 변호 거부로, 시애틀 연방법원판사는 대통령의 행정명령효력중단 선고로 공직자가 국민의 공복임을 입증한 적이 있다.

셀리 에이츠 법무장관 대행은 “대통령이 위법적인 일을 지시하면 ‘노’(NO)라고 말하겠다던 장관 청문회 때 약속을 지켰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에 맞서 단호하고도 강력하게 노(NO)라고 대답할 수 있는 미국의 공직자들은 대한민국 공직자들에게 곤혹스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을 그렇게 할 수 있는냐?“

상명하복(上命下服). 우리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온 패러다임이다. 특히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깊숙이 뿌리 내려져 있다. 불합리한 업무지시에 왜(Why)도, 아니다(No)도 못하고, 무조건 알았습니다(Yes,Sir)다. 나주공직사회도 더 했으면 더 했지 예외가 아니다. 나주권력의 부당한 지시에 ‘왜’, ‘노’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공직자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손가락으로 셀 정도일 것이다.

조상(曺商)이란 사람이 있었다. 왕이 그를 좋아해 수레 백승을 하사했는데, 조상은 장자에게 자신은 이처럼 수레를 얻는 일에 능하다고 자랑하며 가난한 장자를 비웃었다. 이에 장자가 말하기를 “진나라 왕이 병이 들었소, 종기를 째고 고름을 짜주는 자에겐 수래 한 채를 주고 입으로 빠는 자에게는 다섯 채를 주었소. 아래로 내려갈수록 수레가 많아졌으니 당신은 치질을 빤거요?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은 권력자의 치질에 밴 피고름도 맛있게 여긴다. 핥고 빨 기회만 엿보는 자들로 넘쳐날수록 사회는 어지러워진다. 나주권력의 부당한 행정행위에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공직자와, 치질을 빠는 사람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 헌법 7조에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봉사해야할 대상은 특정의 권력자가 아닌 국민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바꿔 말하면 나주시 공직자가 봉사해야 될 대상은 나주권력이 아니라 나주시민이라는 얘기다.

나주권력은 유한(有限)하지만 나주공직사회는 무한(無限)하다. 나주 공직사회가 공무원의 복종의무에 숨고 있다. 나주공직사회가 나주권력의 ‘시다바리’나 ‘엔터 키’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여러분들의 젊음과 청춘을 바친 조직을 지나가는 나그네와 그 지팡이들의 놀음에 내 줘서는 안 되며 더욱이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들은 지역사회의 가장 커다란 엘리트 집단이다. 나주의 미래는 나주공직자들의 투철한 공복정신에 달려 있다. 지역사회는 지금 여러분들의 ‘공직자다움’을 원하고 있다.

나주의 공직자들에게 공무원  복종의무에 숨으려 하지 말라는 망령이 지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나주의 천여 공직자여 공무원 복종의무에 숨지 마라! 그리고 단결하라!‘ 여러분이 잃을 것은 나주권력의 ’시다바리‘라는 주홍글씨’밖에 없다. 여러분은 관료의 자존심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지역민에게 존경의 대상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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