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단, 정열사, 월정서원, 서사정 터 등의 유적지 살려야
생태축 훼손과 비점오염 과다발생 등 환경문제 심각

나주읍성은 고려부터 조선까지 나주가 전라도 터줏대감이자 주인공이었음을 증명하는 대표 문화유산이다. 당시 전국의 5대 읍성이자 호남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읍성으로 상징되는 나주는 나라를 먹여 살리는 큰 도시였다. 금성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영산강을 바라보는 천하명당으로도 유명하니, 지금 빛가람 혁신도시가 나주를 견인하는 미래가치로 평가받듯이 나주는 지난 천년동안 호남을 이끌어가는 모든 것의 중심이었다.

그러한 역사가 읍성권 곳곳에 남아 있어 최근 나주가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으로 내건 주제가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닌가 한다. 과거가 현재에 살아 있고 이것이 미래로 연결되는 주요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니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유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성벽과 사대문과 관아건물로만 읍성을 이해하는 데에 문제가 발생한다. 읍성은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도시이고, 도시는 여러 기능을 담고 있으며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어 읍성공간을 점점이 아니라 통째로 이해해야 하고 도시를 재생하는 데에도 이는 주요 관점이 되어야 한다.

읍성도시 유산 중에 성문이나 관아와 같은 통치의 하드웨어와 함께 나주의 위상과 정신을 상징하고 구현했던 공간이 함께 보전되어야 함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그 부분을 놓치고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경현동 일대 신규마을 대지조성사업’ 추진이다.

최근 금성산 월정봉 아래 사직단 부지에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뜻있는 나주인들이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개발부지에는 사직단뿐만 아니라 정열사, 월정서원, 나주의 3대 활 쏘는 훈련장이었던 서사정 등의 유적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으며 월정마을이라는 삶의 터전이 있었던 곳이다.

그러던 것이 국도 1호선이 신설되면서 일부 유적이 훼손되고, 1980년대에 금하장학회가 도서관을 건립하여 나주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취지로 부지를 매입하면서 대부분의 유적이 이전되거나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서관은 건립되지 않은 채 현재 모습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금하장학회가 본래의 약속을 어기고 이 땅을 택지개발업자에게 매도하면서 발생했다.

그런데 이 땅에 대한 개발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사직단만을 언급하면서 사직단 부지 정도만 보존하면 개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안타깝다.

나주읍성도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땅은 나주인들이 가장 신성시한 터이자 나주인을 한데 결집시키던 사직단, 정열사, 월정서원이 자리했던 곳이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즉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지조성사업은 사직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국의 명산으로 나주인들이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던 금성산 자락, 나주읍성을 내려다보는 그곳에 조성했던 정신적 공간이 바로 월정봉 아래 사직단을 중심으로 한 일대 터전이었으며, 나주의 중요한 역사가 닥칠 때마다 사직단에서 의식으로 고하고 나주를 지탱하는 공동체의 상징으로 아끼고 보존해 왔던 신성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곳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이곳은 개발할 경우 생태축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며 개발로 인한 비점오염원 과다발생으로 수질오염 개발할당량에 어려움 있어 사업의 재검초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지역개발은 결국 인간의 삶의 질을 좀 더 높여 보겠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개발이 인간에게 항상 이익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개발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파괴하는 등 개발을 하여 얻는 이익보다는 개발에 따른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성벽과 사대문과 관아를 완벽하게 복원한다 하여도 당시 나주의 정신문화를 구현했던 공간이 함께 보전되지 않는다면 나주읍성도시의 핵심가치를 무엇에 둘 것인가. 지역주민들이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나주시와 시민들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 신규마을 조성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