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여사님의 부음(訃音)을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습니다. 많이 아프다는 얘기를 여사님 주변사람들을 통해 종종 접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가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건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여사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나라에 못 미쳤는지, 아니면 하늘나라에서 여사님을 절실하게 필요로 했는지 야속하게도 여사님이 가장 사랑하는 강인규 시장과 자녀들을 뒤로했습니다. 

하늘 길 가는 그 길이 무엇이 그리 바빠 이렇게도 빨리 떠나십니까. 남달리 요득 아내를 사랑하는 강인규 시장과, 2014년 시장 선거 때 나주시민을 향해 "우리 아빠는 집안이 어려워 못 배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훌륭한 가장이었으며 자랑스런 아빠였다"고 호소하던 여사님의 딸 나루를 두고 이렇게 가십니까. 그 발길이 무겁지도 않습니까.

여사님의 사랑하는 남편 강인규 시장의 설움과 통곡이 들리지 않습니까. 여사님이 그토록 사랑하던 두 자녀의 좌절과 슬픔은 또 어찌 하고 홀로 먼 길 가십니까.

죄송합니다. 이렇게 일찍 가실 줄 알았으면 여사님과 관련한 가슴 아픈 기사는 쓰지도 않고 보도도 하지 않았을 건데 여사님의 죽음 앞에 할 말을 잃습니다.

언론인이라는 직업에 지금 같이 회의를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사님과는 사적으로는 별 인연이 없지만 시장부인과 지역 언론인이라는 공적인 인연이 나로 하여금 여사님에게 악업을 쌓게 한 것 같습니다.

변명 같지만 언론인으로 마주치지 않았다면 좋은 인연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여사님과의 관계는 애당초 불가근불가원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언론인이 아니었다면 여사님과의 악연은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여사님의 죽음 앞에 내 심신이 이렇게까지 혼란스럽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회가 됩니다. 주위의 권유도 있고 나도 생각한바 있어 몇 번이고 여사님에 대한 병문안을 고민했지만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망설였었습니다. 남 말하기 좋은 인사들의 '전향했나?'라는  '뒷다마'가 싫었고, 여사님이 나의 병문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웠으며, 특히 '병 주고 약 준다'는 일부의 시선도 있을 수 있다는 노파심이 병문안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차일피일 미루다 병문안 한번 가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지인의 말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서울행'을 결심했어야 했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내 입장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조문도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당부하고 권유했지만 발길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좋은 게 좋다고 조문을 하는 게 바람직스럽지 않겠느냐는 주위사람들의 많은 당부가 있었지만  보여주기 식의 '정치 공학적 조문'은 유가족과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발길을 옮기지 않았습니다.

추도사로 여사님에게 가지 못한 병문안과 조문을 대신합니다. 제가 추도사를 쓸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와 이승에서의 악연을 끊고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사님의 영전에 이글을 올립니다.

통증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만 그 고통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제 그 고통을 벗어나 쉴 수 있는 거라면 편안히 가십시오. 2년여 동안 나주시장의 아내로서 남편을 내조하며 나주를 자기 몸보다 더 사랑했던 당신의 삶은 저 하늘나라도 당신의 노고를 기꺼워하며 영원한 안식을 허락할거라 믿습니다.

이제 여사님이 짊어졌던 그 무거운 짐일랑 모두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히 쉬십시오. 나주의 무겁고 아팠던 모든 것들은 훌훌 벗어버리시고, 좋았던 기억과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마음만을 품고 가십시오. 이매실 여사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