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래기아재가 삶의 끈을 놓친 날
꽃샘바람은 날카로운 손톱으로 꽃눈을 후비고 있었다
이십 년 전에 꽃눈이 떨어지듯 아짐이 먼저 가고
남겨진 세월을 아재는 무화과 같은 홀아비로 살아냈다
꽃을 안에 숨긴 아재는 애사든 경사든 손이 필요한 곳이면
무던하게 혀끝에 스며드는 무화과 과육처럼
흔적 없이 스며들어 궂은일을 도맡았다

상두꾼들이 상여노래 매기는 소리에
농협창고에 기대어둔 만장기가 움찔 몸을 떤다
가난한 홀아비는 중국삼베수의로 차려입고 먼 길 차비에 바쁘고
동네 사람들은 받아놓은 날이라 어쩔 수 없다며
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꽃놀이 간다

상여 뒤통수에는 피붙이 서넛
꺾인 가지처럼 대롱대롱 흔들리고
물컹 즈려밟힌 뼈 없는 눈물들 서쪽하늘에 흥건한데
손길 그리운 구석마다 박박 긁어주던 효자손은
목이 꺾인 채 마당가에서 뒹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