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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권이 시장 ‘고유권한’이 아닌 ‘공유권한’인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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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호] 승인 2012.05.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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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으로 인사발령 이틀 만에
특정직원 공산면으로 기동배치
과장이 본인의 뜻에 맞지 않아
인사권자에게 요구해 재 발령
시스템과 원칙이 무시되는 조직
생존에 실패 할 수밖에 없어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얘기다. 전국시대 한(韓) 임금 소후(昭侯)가 술이 취해 잠이 들었는데 그 옆에서 시중을 들던 전관(典冠, 인금의 모자를 담당하는 관리)이 옷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잠이 든 군주가 추위에 몸이 상할까 걱정이 되어 옷을 임금에게 덮어 주었다.

   
▲ 이철웅 편집국장
왕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자신이 옷을 덮고 자고 있음을 기쁘게 생각해 신하들에게 누가 이 옷을 덮어 주었냐고 물었다. 이에 신하들은 전관이 임금이 자는 사이 추울까 염려되어 덮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은 들은 임금은 잠시 생각하고는 전관과 전의(典衣, 옷을 담당하는 관리)를 모두 불러오라고 했다. 전의는 옷 담당이면서 임금의 옷을 챙기지 못한 두려움에 떨었고, 전관은 의기양양했다. 비록 담당 관리는 아니었지만 임금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옷을 덮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임금은 전의와 전관 모두를 벌주라고 명령했다. 임금의 논리는 이러했다. 전의는 임금의 옷을 담당하는 관리로서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당연히 벌을 준 것이었고, 전관은 자신의 임무를 벗어나서 월관(越官)했기 때문에 벌을 준 것이었다. 소후는 자신이 추위에 감기 드는 것 보다 자신의 맡은 임무를 저버리고 다른 일에 간섭하는 피해가 더 크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듣는 사람에 따라 ‘모자를 담당한 관리가 상황에 따라 임금의 옷을 챙겨줄 수도 있지 않느냐, 굳이 벌을 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은 문제를 인정이란 기준으로 용납한다면 나중에 조직에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시스템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임금은 여러 신하들이 보는 가운데 전의와 전관 모두를 벌줬던 것이다. 월관지화(越官之禍)의 고사다

즉 신하들이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혼동해 공을 세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월권과 월관을 서슴치 않는 상황이 또 다시 발생해 조직이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그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한비자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 하고 있다. “현명한 지도자가 자신의 신하들을 다스릴 때는 신하가 자신의 임무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임무로 공을 세우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임무를 벗어나서 월관 하면 벌을 받아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렇게 모든 신하들이 자신의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고, 남의 업무에 기웃거리지 않는다면 신하들이 붕당(朋黨)을 지어 서로 편싸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신영희 주민복지과장이 인사전횡을 저질렀다는 보도와 이와 관련한 공무원노조의 성명서를 접하고 떠올려본 고사다.

4월23일자 본지 보도와 공무원노조 나주시 지부의 성명서 등에 의하면 나주시가 지난달 16일자로 신규 사회복지직 6명을 읍,면,동에 배치하고 읍,면,동 사회복지직 7명을 주민복지과로 배정한 인사를 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뒤인 18일 그중에서 A씨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기동배치’ 시켜 공산면으로 자리를 옮기게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영희 주민복지과장이 개인감정을 내세워 원칙과 형평성을 무시한 체 A씨에 대한 기동배치를 무리하게 시장에게 요구해 관철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나주시 개청 이래 발령 이틀 만에 다시 면으로 기동 배치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직원을 관리하는 부서장이 본인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인사권자에게 요구하여 특정직원을 재 발령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인사다”라고 주장하고 있어 신과장이 특정직원을 의도적으로 기동 배치했다는 의혹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특히 신 과장은 A씨의 기동 배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상관인 행정복지국장과 부시장을 연달아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인사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신과장의 뜻대로 기동 배치가 이루어 진 것을 보면 ‘월관’도 보통 ‘월관’이 아니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금전적, 윤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이것만이 도덕적 해이이겠는가. 조직의 위계질서를 뛰어넘어 오직 한사람만 쳐다보는 행정을 일삼는 행위나, 개인의 호불호(好不好) 잣대로 부하직원에 대한 인사전횡을 일삼는 짓 또한 조직에 대한 커다란 도덕적 해이다.

나주시 인사권은 시장의 ‘고유권한(固有權限)’이라고 했다. 하지만 복지행전국장과 부시장의 강력한 불가 입장에도 신과장의 뜻대로 임시장이 A씨를 기동배치 한 것을 보면 나주시 인사권은 임 시장의 ‘고유권한’이 아니라 신과장과의 ‘공유권한(公有權限)’인 것 같다.

임 시장은 A씨의 기동 배치 문제와 관련해 지난 3일 행정복지위원회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신 과장을 ‘측근’ 또는 ‘챙기는’ 과장이란 이름으로 용납하지 말고 전관과 전의 모두를 벌준 소후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더불어 임 시장도 ‘월관’을 용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냉정한 자아비판이 따라야 한다. 특히 임 시장은 월관(越官)이 가능한 조직, 시스템과 원칙이 무시되는 조직은 결국 생존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월관지화(越官之禍)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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