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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근절, 해법은 없는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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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승인 2012.0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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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차원의 학교폭력 근절대책
16년째 되풀이, 해법은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처벌과 격리만으론
학교폭력 절대 근절할 수 없어
대증요법이나 하고 끝내선 안 돼
근본적인 대책, 교육적 처방 내놓길


요즘 언론에 노출된 학교는 폭력의 온상이다. 대구에 이어 광주의 중학생을 자살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으로 내몬 학교 내 집단폭력으로 연일 여론이 뜨겁다. 하지만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 정부가 영 미덥지 못하다.

정부 차원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은 1995년 서울의  한 고교생 투신자살 사건 직후,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된 이래 비슷한 대책이 16년째 되풀이 됐지만 해법은 없었다.

   
▲ 이철웅 편집국장
2005년 1차 학교폭력예방 5개년 기본계획, 2007년 학교폭력 예방·근절 15대 중점과제 발표, 2011년 폭력·따돌림 없는 학교 만들기 추진계획 등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근절되기는커녕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대통령부터 심지어 검찰·경찰까지 학교폭력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대책은 여전히 변죽만 울리고 있다. 고작 가해자 엄벌과 신고 활성화 원칙만 강조한다. 신고전화를 117로 일원화한다거나, 형사처벌 연령을 낮춰서라도 가해자를 엄벌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도 여론에 떠밀려 뭔가 대책을 내놓아야 했는지, 지난 16일 올해 새 학기부터 초중고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기재한다는 내용의 ‘학교생활 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을 3월 1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과부에 따르면 학생부에 기록되는 학교 폭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내외에서 학생 간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이다.

교과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가해 학생은 부모 동의 없이 강제 전학 시키고 가해 학생 부모가 학교 소환에 불응할 경우 경찰에 고발한다는 등 강도 높은 방안이 들어 있다. 그러나 미국은 47개주가 ‘왕따 방지법’을 만들었고 독일 같은 나라는 폭행사건 3번이면 무조건 퇴학 시키도록 하는 벌칙을 제정했지만 학교폭력은 줄지 않았다. 사후 처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증거다. 분명한 사실은 처벌과 격리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가해학생은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은 놔두고 땜질식 처방으로 위기를 넘기겠다는 발상은 대안이 아니다. 

초.중.고 재학 중 친구를 괴롭히거나 욕하거나 때려본 학생이 20.9%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그것이 장난(27%)이거나 상대 학생이 잘못했기 때문(23%)이거나 오해와 갈등 때문(16%)이라고 여긴다. 당하는 학생은 죽고 싶을 만큼 상처를 받고 괴로워도 가해 학생들은 자기가 하는 일의 심각성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처방은 이런 청소년기의 심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위에서 학생의 성격에 따라, 놓인 상황에 따라 해결 방안을 여럿 만들어 놓고 각각의 경우에 적합한 대처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률적인 처방이 아닌 각각의 상황을 고려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학교폭력의 인과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제한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답이 될 수 없다. 사안에 따라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단순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가해자였던 학생이 다른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독일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교폭력 피해자의 약 50%가 동시에 가해자라고 하는 보고가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눠, 막무가내로 가해자를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그들 모두의 ‘고통’을 듣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학교와 경찰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이미 학교폭력의 뿌리가 너무 깊다.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만들어 주는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다. 그들이 폭력집단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게 우리 모두가 지켜보며 힘을 실어줘야 두터운 현실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다.

1982년 노르웨이에서는 학교폭력으로 3명의 학생이 자살하자 국민적인 교육운동이 일었다. 학교폭력을 야기하는 요인을 연구하고, 방지를 위한 정책을 내고,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한 결과 학교폭력이 절반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스쿨 폴리스’ 제도로 학교폭력을 형사사건으로 처벌하는 미국에서 폭력이 더 증가 하는 것과 비교해 시사 하는바가 크다.

학교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호들갑 떨다가 대증요법(對症療法)이나 흔들고 끝내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책, 즉 교육적 처방을 내놓길 기대한다. 나주시 교육청도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한 대책에서 벗어나 관내 학생들의 학교폭력 실태를 신속히 파악, 예상되는 불상사에 대비해야 한다. 

관내에도 지금 이 순간 많은 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고 있는지 모르며, 자살하는 학생이 생길 수도 있다. 나주시 교육청은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예견되는 학교폭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하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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