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를 주제로 구수한 사투리 선보여

“홍애 코잔댕이도 좋지만 춘 날 보리애국 한 그럭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끝내조불제...”

홍어를 주제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스런 솜씨로 풀어낸 나주의 혼성팀이 제1회 아름다운 전라도 말 자랑대회에서 질로 존상(최우수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나주시청 소속 윤여정(기획홍보실), 안성섭(문화관광과), 이성자(문화관광해설사)씨가 바로 그들이다.

▲ 나주의 혼성팀이 제1회 아름다운 전라도 말 자랑대회에서 질로 존상(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 12일(토) 광주 북구 중외공원 내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앞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회 아름다운 전라도 말 자랑대회는 그야말로 전라도 방언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 행사에 맞춰 시립민속박물관과 전라도 닷컴이 공동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초등학생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12개 팀이 출전해 전라도 생활상과 풍습, 개인의 인생 풍파 등을 해학과 재치가 묻어나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윤여정 외 남녀혼성팀은 지역 대표 음식인 ‘홍어’의 모든 것을 영산포 선창 선술집을 배경으로 ‘찐한’ 농담과 함께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내 참가자들과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윤여정씨는 “대한민국행정지명(광주·전남편) 발간을 준비하면서 전라도 사투리에 대한 자료도 많이 모아지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지역 대표 음식인 홍어의 홍보와 사투리의 ‘문화자원화’를 위해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회는 언어 구사력과 작품 완성도, 발표력, 관객 호응에 따라 질로 존상(최우수상), 영판 오진상(우수상), 팽야 오진상(장려상), 어찌끄나상(아차상) 등이 수여됐다. 시립민속박물관은 앞으로 이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지역 문화 정체성을 확인하고 전라도 말을 문화 자원화 활 계획이다.

[영산포 선창 술집에서]

칠성(윤여정): 아니, 이게 누구여? 대박촌 병만이 아닌갑네?

병만(안성섭): 어메! 새끼네 칠성이 성임 아니오? 작년 설장에 보고 인자 본갑소 잉!

칠성: 긍께 말이시. 지수씨랑새끼덜 잘 있제?

병만: 그러문이라. 성수도 여전하시지라?

칠성: 이놈의 애팬네가 낯살 묵으문 째까 보드라와 질 줄 알았는디, 먼 놈의 잔소리가 그리 심한지 귀때기가 아파서 디져불것네

병만: 에 말이오, 함평아짐. 막걸리에다 홍애국물이나 좀 내나 보시오.

칠성: 어이, 함평댁. 요새도 그 왕곡 김가놈 뻔질나게댕긴가?

주모(이성자): 터진 주댕이라고 지 멋대로 씨부렁 거리구만. 영감 섬길 일 없슬텐게 걱정허덜 말어

칠성: 누가 날간디. 똥구녁으로 호박씨 깐디?

주모: 에라이, 호랭이나 물어갈 놈들, 조댕이는 삐뚤어져도 촐래는 바로 불라고 허드만, 느그들 주댕이는 술 쳐묵는 구녁이냐, 씨잘데기 없는 말만 맹글어 내는 아가리냐? 헛소리 허덜 말고 언능 술이나 쳐묵어라 잉.

병만: 아따, 그러지 말고 홍해 코나 두어 점 썰어주시오

칠성: 이왕이면 홍애 거시기도 있으믄 조보시오

주모: 염병할 놈들, 없슨께 느그덜 거시기나 좀 내나 봐라. 한 접시 맛나게 썰어주마. 고리고리 허고 간간허니 좋을 것이다. 어째 껄쩍지근허냐?

병만: 아이구 냅 두시오. 헌 것 본께 맨 놈 것 썰어 본 것 만이요 잉?

칠성: 어이 동상! 홍애는 어디가 질 맛난지 안가? 
누가 머시라 해도 홍애 애를 꼬치가리 째까 친 굵은 소금에다 찍어 묵으믄 그 맛이 차말로 고소해 불재! 거그다가 막걸리 한 사발 마새 불믄 시상에없늕 맛이제. 느그들은 애래서 그 맛을 잘 모를 것이다.

병만: 성님, 먼 말씀을 그리 섭하게 허시오? 지가 애리다고라?
저도 장개 들어 여우같은 각시랑 토깽이 같은 자석들이 둘이나 딸린 몸이요.
글고 홍애는 일코 이꼬리 화한 삼날개라고 헌지는 아시지라우?

칠성: 근께 느그들을 애리다고 헌 것이여. 홍애 코잔댕이도 좋지만 춘 날 보리애국 한 그럭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끝내조불제.

병만: 글믄 형님은 홍애를 어째서 홍애라고 헌지 아요?

칠성: 너는 아냐?

병만: 알지라우. 껍닥은 시커매도 배깨 가꼬 썰어노문 살이 삘개부요. 그래서 붉을 紅자를 써서 홍애라고 했답디다. 알것쏘?

칠성: 뭐다? 삘개서 홍애여야? 니 알아도 허벌라게 잘못 배왔다. 홍애는 삘개서 홍애가 된 것이 아니고 홍애는 다른 물괴기보다 넙덕하다고 혀서 넓을 弘자를 써서 홍어라고 헌 것이여! 알겄냐? 이 무식한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