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는 일은 애국이다

논설위원 김노금

올해 초 그러니까 정확히 2월6일 결혼한 큰딸이 11월말쯤에 출산을 하게 되면 나도 어엿한 손주를 보게 되는 할머니가 된다. 한편으로는 딸아이가 대견하고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나 마음만은 아직도 단발머리 소녀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싶어 할머니라는 단어가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결혼과 함께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해서 바로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엄마의 다그침에 딸아이는 출산계획을 2,3년 후로 미루겠다고 고집해서 내심 걱정이 없지 않았기에 기쁨이 더욱 큰 것이 아닌가 싶다.
 

▲ 논설위원 김노금

사실 요즈음은 아이를 갖고자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경우를 많이 보아왔고 또 직장을 이유로 출산을 조금 미룬다는 것이 결국은 4,5년을 훌쩍 넘기고 정작 아이를 낳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세월을 낭비하는 젊은이들을 적잖이 보아왔기에  친정 어미로서 꽉 찬 나이로 출가한 딸에게서 듣는 임신 소식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다행스러움이 함께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결혼 후 쉼 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 세 명의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도 가족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던 터라 자녀양육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는 있다. 그렇기에 타향에서 직장 일을 하면서 자녀를 길러가야 하는 딸아이가 벌써부터 많이 염려되고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자녀양육이라는 그 일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귀하고 복된 일이요, 모든 일에 우선해서 자식 기르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여기던 엄마의 모습을 어려서부터 익히 보고 자란 큰딸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맡겨진 어미의 소임을 잘 감당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임신 소식을 알려온 딸아이에게 딸 셋에 아들 둘은 낳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자 주책 맞은 엄마라며 그렇게 낳으면 엄마가 길러줄 거냐고 핀잔을 준다. 얼마든지 길러주겠다는 내 대답에 딸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어이없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때만큼은 정말이지 간곡한 심정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친지들의 말마따나 내가 자식 욕심이 많은 것은 사실 인 것 같다. 사실 나 역시 얼마 전 까지는 손주 돌봐주는 사람들을 가장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치부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다 늙어가는 처지의 쇠잔한 체력에 그리고 이제 비로소 나의 인생을 좀 즐겨야할 나이에 자식의 자식을 돌봐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 이겠는가만 할 수만 있다면 우리들 부모가 나서서 손주 봐주기 운동이라도 좀 펼쳐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싶은 마음인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풍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임여성의 평균 출산아수가 겨우 한명 남짓이라면 이 나라의 장래는 물론 천대까지 이어져야 할 가문의 영광도 결코 기대 할 수가 없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내가 한일 중에 가장 잘하고 또 잘한 일을 꼽으라면 딸 둘을 낳은 후 줄기찬 노력으로 10년 만에 아들 하나를 더 낳은 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 당시 정부에서는 하나만 낳아도 삼천리는 만원이라며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자녀를 못 낳게 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 그 귀한 아들이 있었기에 어렵고 힘든 일도 늘 기쁨이고 감격일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문득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모두가 경제활동이라는 사회참여가 활발해 지다보니 필연적으로 자녀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경쟁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게 되고 거기다 기왕에 하나밖에 낳지 않은 자식의 교육에 따른 각종 교육비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보니 미리서 포기해 버리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가정과 국가의 장래는 암담함 그 자체 일뿐이다. 아이 낳는 일은 애국이다. 부디 이 나라의 모든 법과 제도들이 아이 낳아 기르는 일을 더 많이 지원하고 축복하는 그런 아름답고 멋진 세상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