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윙 윙 윙
예초기의 살기가 바람개비처럼 돌았다
유월 우박에도 모질게 살아남은 담뱃대궁이
예리한 칼날에 무참하게 잘려나갔다
호밋자루가 부러지듯
농부의 희망이 주저앉는 사이로
오색 깃털이 날아오르고
그리고 깃털의 주인이 고꾸라졌다
여덟 개의 알을 품은 채로

여덟 목숨이 세상의 어느 접착제보다도
더 강력한 접착제가 되어
어미의 날개를 둥지에 붙들었다
그 깃털이 소낙비를 막아내고
찬 이슬도 막아내어
아직도 알맞게 따뜻한 알들

노심초사의 작은 기척이라도
적군이 알아챌까봐
꿩 꿩 꿩
단말마의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둥 둥 둥
북을 치며 내달아오는 적군처럼
지축을 울리는 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었을 모성
마침내 무정한 칼날을 맞고
천애의 벼랑으로 뛰어내리듯
마지막 숨길을 내려놓았으리

어미의 동강난 목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거리더니
이내 남겨진 알들에게로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