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아！ 어머니
                                                                               논설위원   김 노 금  
 
평생을 정치주변을 맴도시던 남편으로 인해 아마도 어머니의 가슴은 진즉 까맣게 타버렸을 텐데도 당신의 큰 아들이 기어이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의사를 내 비칠 때 어머니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씀 하셨다. “그래, 그렇게나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야지 어쩌겠느냐고...”

어머니의 이 한 말씀은 5남매 형제들과 여러 가족들의 이런저런 자잘한 염려와 불평 비슷한 것들을 다 덮어 버렸다. 그리고 온 가족이 합심으로 기도하며 각각의 달란트와 직장 형편을 따라 파트를 정해 선거운동에 매진 할 수 있도록 하는 큰 힘이 되었다. 
 

▲ 논설위원 김노금

팔순이 다 되어 가는 어머니의 어디에 그런 강단과 힘이 남아 있으셨을까?

선거 운동일 한 달이 다되어 가는 기간 내내 팔순 노모는 날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아들을 비롯한 선거운동원들이 입는 노랑색 잠바를 껴입고 사람들을 만나서 아들 위한 표를 구했다.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인 그 모습은 처절한 기도였다.

목이 타 죽어가는 아들 이스마엘을 위한 하갈의  브엘세바 광야의 울부짖음이 그러했을까. 자주자주 내리는 비에 운동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노라 치면 당신이 먼저 비탈진 골목을 오르내리며 아들의 명함을 꽂았고 그 빠른 걸음걸이는 젊은 운동원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날아다니는 걸음이셨다.

세 후보 중 한 사람은 현역의원이고 또 한사람은 같은 선거구에서 4번째 나오는 후보인지라 아무래도 당신의 아들이 가장 지명도가 낮을 거라는 나름의 계산을 하신 것 같았다.

골목을 누비며 아들 이름을 불러대는 그 애타는 모습은 하나님께 간구하는 처절한 피 빛 몸짓 언어였고 평생을 단 하루 쉬는 날 없이 새벽제단과 깊은 밤에 홀로 우시며 하늘 아버지께 드리던 기도는 곁에서 보는 자식들의 애간장이 타들어 갈 정도로 안타깝고도 애절한 모습 그 자체였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따로 있으셨는데 어머니의 기도가 잠시 하늘 보좌를 움직였음일까.

한 지역(세지면)에서 3명의 후보가 나오면 당연히 필패 일수밖에 없으니 한사람으로 단일화 하라는 지역민들의 엄중한 ‘명령’에 세 후보가 추진위원회가 작성한 모든 조항에 합의하고 각서까지를 쓴 후에 단일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152명의 각 사회단체 인사들의 투표결과 동생이 단일후보로 선출되었다. 선거사무실 캠프는 아연 활기를 띠었다.

그러나 뛸 듯이 기뻐하는 우리를 보고 어머니 노경림 권사님은 “ 네 원수가 넘어질 때 즐거워하지 말며 그가 엎드러질 때에 마음에 기뻐하지 말라 <잠 24:17>” “ 여호와 앞에 잠잠히 참고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 때문에 불평하지 말지어다 <시편 37:7>” 로 우리를 숙연케 만들었다. 과연 어머니의 예지력 과 통찰력이 들어맞은 것일까.

어머니의 그 선포가 있은 지 한 시간도 채 못 되어 여기저기서 상대방이 투표결과에 불복한다는 문자가 왔다. 결국 한 후보가 이런저런 이유로 불복했고 또 한 후보는 그 후보가 사퇴를 않기 때문에 자신도 못 하겠다 하여 단일화는 하루만에 물거품이 되었다. 대단히 민감한 시기였기에 나주 소재 3곳의 지역 신문들은 이 사실만은 꽤 비중 있게 다루었다.

새벽 예배가 끝난 후 곧바로 달려가 다른 후보들보다 한 시간 이상 더 빨리 아파트 앞에서 명함을 돌렸고 유권자가 있는 곳이라면 산과 들을 헤매며 후보를 알리느라 온 가족은 목이 쉬지 않은 이가 없었다. 몸을 아끼지 않고 혼신을 다해 추던 열정적인 가족들의 춤은 엉성하기 짝이 없이 우스웠으나 훈련된 상대 무용수들의 기를 죽였고 여러 사람들 블로그에까지 전파될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는 저런 참신한 일꾼이 해야 한다며 동생을 칭찬하는 이들이 너무 고마워 온 가족이 더욱 몸이 부서져라 최선을 다한 선거였다. 그러나 어머니의 아들은 조직의 열세와 막판에 불어 다친 00당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낙심해 있는 우리에게 어머니는 딱 한마디 하셨다. “하나님 하시는 일은 선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으시다.”  아! 아! 어머니.

패한 후의 선거 후유증이 더 크다는데 내 동생은 오히려 승자에게 축하 화분을 보낼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거기간 내내 함께 기도해 주셨던 많은 분들과 지역의 어르신들 그리고 믿음으로 기도해 주신 교우님들께 충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 올린다. 그리고 여기까지 우리의 모든 것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평생 기도하는 어머니를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