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 종 오

4. 사라져 가는 풍어제와 어로신앙

지금까지 흑산군도에서 행해졌거나 행해지고 있는 홍어잡이와 관련된 제의들을 살펴보고, 그 변화의 요인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흑산군도에서 홍어잡이는 1970년대 초까지 다물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잠시 중단되었다가 흑산도를 중심으로 다시 홍어잡이가 이루어진다. 흑산군도의 홍어잡이와 관련된 어로신앙의 변화는 공동체 제의의 단절과 개인 고사류의 잔존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다.

다물도에서 3년마다 지냈던 당산제는 마을 주관으로 거행되는 큰 규모의 풍어제였으며, 당골이 제를 주관한다는 점에서 별신굿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물도의 공동체 신앙은 홍어잡이의 중단 등과 맞물려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1970년대 후반에 중단되었다.

그런데, 아직도 홍어잡이와 관련하여 개인적 의례인 배서낭이나 뱃고사 등을 전승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배와 선원을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는 믿는 배서낭을 모시고 있는 배도 있고, 정월 보름에 배에 고사를 모시는 배도 있으며, 첫 출어를 할 때 음식을 장만하여 제를 모시는 출어고사와 꿈에 좋지 않은 것이 보이거나 고기가 잡히지 않을 경우에는 ‘부정이 붙었다’하여 제물을 장만하여 제를 모시는 부정고사 등도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의례의 쇠퇴는 어선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는데, 기계배가 만들어지고, 배를 만들던 재질도 나무에서 FRP로 바뀌었으며, GPS 장비가 도입됨으로써 바다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 의례가 단절되거나 쇠퇴한 또 다른 이유로는 개인적 의례를 미신(迷信)으로 생각하는 관념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이렇게 아직도 배서낭을 모시거나 뱃고사, 그리고 부정고사 등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이 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어구의 발달이나 장비의 발달에 따라 인간이 가지고 있던 두려움은 차츰 극복이 되고 이로 인해 예전에 가졌던 바다에 대한 두려움 등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 일례를 들자면 여성이 배에 타면 안된다든지, 혹은 출어를 할 때 여성을 만나면 재수가 없다든지 하는 여성과 관련되어진 금기는 깨진지 오래되었다. 이는 노동력 확보의 문제와 관념의 변화에 따른것이라 할 수 있다. 흑산도 홍어잡이 어로와 관련된 신앙도 차츰 단절되거나 쇠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적어도 개인 신앙과 관련된 제의는 기도나 혹은 간단한 제물 차림 등의 변형이나 생략을 통해서라도 일정 정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은 흑산군도의 홍어잡이와 관련된 의례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 것인데, 다물도의 당산제 사례를 자세히 조사하지 못하여 갯제와의 관련성을 밝혀내지 못했으며, 외래 종교 속에 투영되어진 변화 양상도 살펴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제2부 홍어와 전라도

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조교수 박 정 석

제4장 홍어와 지역정체성

...홍어는 전라도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으뜸의 먹을 거리이다. 경조사에서 홍어는 고기붙이보다도 더욱 중요한 품목이다. 누군가 잔치에라도 갔다가 상에 홍어가 보이지 않으면 ‘그 집 잔치 먹을 것 없다’고 투덜대고, 홍어가 빠지지 않았으면 ‘잔치가 걸다’고 만족해한다.
황석영

1. 음식의 세계화와 지역정체성

음식은 ‘우리’와 ‘남’을 인식하게 만들고 또 그 다름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음식은 식품영양학적으로 인체에 어떤 기능을 하는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타자’ 혹은 다른 지역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특정한 음식이나 특정한 요리법은 종종 한 사회 혹은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와 ‘타자’를 구별하는 문화적 표지(標識)가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음식’이다. 우리와 타자를 인식 혹은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유효한 징표로 작용하는 것은 특정한 지역에서 소비되고 있는 모든 음식이 아니다.

특정한 음식과 자기를 결부시키는 것은 그 음식을 통해 자신이 타자와 구별됨을 표현하는 일종의 은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이나 특정한 은유가 어떻게 해서 한 지역사회에서 변별적인 또는 우월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집단이든지 그 내부에는 다양성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문화적 표지들이 그 집단을 드러내는 변별적인 상징이나 은유로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특정한 지역음식이나 토속음식은 그 지역의 기후나 생물학적인 조건과 결부되어 다른 지역의 음식과 차별되고 있다. 이 경우 특정 지역 사람들이 오랜 기간 체득한 지식이 특정 음식(요리)을 그 지역의 토속음식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토속음식과 특정한 지역과의 연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될 수도 있다. 요컨대, 토속음식으로의 자리매김은 특정 지역의 생물 기후학적인 조건과의 연계가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명성과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축된 연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이라는 의미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특정 공간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유동적인 준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