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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 종 오
예전 사람들은 미신을 믿어 정월 보름 때나 출어 때마다 제를 모셨는데, 자신은 딱히 종교를 믿지 않으면서도 배서낭이나 뱃고사 등을 지내지
않고 있는 이유를 기계의 발달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풍선배에 비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예전 기계배는 엔진 고장이 잦았고, 통신시설도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업이 잘되고 못되고를 귀신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배도 현대화되고, 잔고장이 없으며 통신이 발달했기 때문에 자신은 제의를 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흑산도에서 풍선배에 기계를 달아 기계배(일명:야끼다마)로 전환한 것이 1950년대 초이며, 이렇게 동력선이 만들어지면서 홍도 인근뿐만
아니라 백령도나 대청도 인근까지 진출하여 홍어를 잡게 된다. 또한 배를 만들던 재질도 나무에서 FRP로 바뀌었고, 1990년 초반부터 GPS
장비가 도입됨으로써 바다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개인 의례가 단절되거나 쇠퇴한 또 다른 이유로는 개인적 의례를 미신(迷信)으로 생각하는 관념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조사자 : 보름에 뭐 보름에 제 같은 것 지내고 그러신가요?) 예전에 배하는 사람들이 엄청 미신을 많이 믿고
가렸는데, 뭐 출어 할때마다 고사 모시고, 뭐 보름, 설 이런 거 많이 했죠. 요즘은 내가 싫은께 안해부러요. 허허. 그 한(행하는) 사람도
있어요. (조사자 : 하신 분들도 계셔요?) 예, 흑산도 배들은 해요. 보름에 막 기 핑기고(깃발을 펴고) 해요. 그란디 저는 안해요. 교회도
안 댕긴디 안하요.
이○수, 남, 45세.
(서낭은) 아- 우리배들은 지금 거의 없어. 안모셔. (선장님도 안모신가요?) 응, 나도 안모시고 다른 분들도
몰라 서낭을 모시고 있는 분들도 계실거야. 근데 우리들은……. (그러면 선장님 80년 대에도 안모셨나요?) 그때는 모셨제. 세월이 밝아지면서
안모셨제. (왜 안모신거에요?) 거- 뭐 개개인이 다 틀리겠지만. 거- 나같은 경우에는 그런 걸 싫어해. 미신의 한 부분이잖아. 싫어하니까
안하게 되더라고. 영신호를 사고 나서 안모셨어. ……사람들이 그 뭐야 옛날 구시대적인 사상에서 벗어난거지 이제. (교회 다니시나요?) 우리
천주교 다니는데. 정성껏 하는 사람들은 교회 댕기더라도 하더라고.
김○렬, 남, 61세.
(조사자 : 홍어잡는 배 중에 제를 모시는 집이 있나요?) 그냥 간단간단하게 해요. 인제 교회 다니신분들은
안하고. 보름에는 그렇게 고사를 모시면서 동네에서 굿도 쳐주고 해요.
한○심, 여, 48세.
개인신앙의 변화에는 종교의 영향도 일정 정도 무시할 수 없다. “교회도 안 댕긴디 안하요.”,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안하고” 등의 구술을
통해 일정 정도 기독교의 영향이 홍어잡이와 관련된 제의에 영향을 주고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흑산도에는 여타 인근 섬에 비해 매우 일찍 외래
종교가 들어오는데, 예리교회가 1915년 4월 15일에 창립되었고, 천주교는 1952년 죽항리에 흑산공소가 설립되었다가 1958년에 현재
위치하고 있는 진리 1구에 본당이 설립되었다.
그러나 “정성껏 하는 사람들은 교회 댕기더라도 하더라고”라는 구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종교의 영향도 있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인 것이라는 관념이 더 큰 것 같다. “예전에 배하는 사람들이 엄청 미신을 많이 믿고 가렸는데”, “세월이 밝아지면서 옛날
구시대적인 사상에서 벗어난거지 이제” 등의 구술을 통해보면 배서낭이나 뱃고사 등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관념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배서낭을 모시거나 뱃고사, 그리고 부정고사 등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고자 하기 때문인데, 한미심 제보자의 경우도 좋지 않은 꿈을 꾸게 되면 조업을 못나가게 하고, 부정이 탄 것으로 여겨 간단한 제수를 장만하여
비손을 하거나 소주 한잔 정도를 뿌려서 부정을 없앤다고 한다.
꿈은 제가 많이 꾸는데, 제가 안좋은 꿈을 꾸게 되면 바다에 안나가게 해요. 그러면 인제 하루정도 지냈다가 나가고
그러는데, 글쎄요. 내가 굉장히 좋은 꿈을 꾸고 꿈 이야기를 못하지요. 작업 다 해가지고 오기 전에는. 오늘은 작업 나갔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은
나가요. ……(조사자 : 안좋은 꿈을 꾸시면 하루 정도 연기해서 나갔다 오시고?) 예. 그라믄은 또 내가 또 뭐를 또 해요. 제가. 그냥
배에다가 소주 한잔을 부어 놓다든지 아니면은 끼얹는다든지 그런 식으로. 배에 부정이 엄청 타요.
한○심, 여, 48세.
좋은 꿈을 꾸면 풍어가 이루어질 것이라 여기지만, 좋지 않은 꿈을 꾸게 되면 출어를 못하게 하고, 부정을 씻기 위한 제의를 올린다는
것이다. 한미심 제보자의 경우는 절에 다니는데, 평소에도 좋지 않은 느낌이 들면 스님과 상의를 한다고 한다.
이처럼 홍어잡이와 관련된 공동체 제의와 개인적인 제의는 여러 이유로 인해 단절되었거나 쇠퇴하였지만, 아직도 바다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는
몇몇 분들에 의해 전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