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성을 계몽하라
                                                                                 논설위원 김노금

 102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는 지난주는 영아를 살해한 10대 소녀의 이야기와 불법 임신중절 즉, 낙태 방지 대책이 함께 발표되었다. 1908년 3월 8일은 미국의 방직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미국의 룻거스 광장에서 모여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목숨을 내걸고 여성의 권리를 외친 날이다. 그로부터 100년이 넘은 지금 한국 여성들의 지위 또한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성폭행을 당한 후 무참히 살해된 여자 아이의 소식과 영아 살해로 경찰에 붙잡힌 나이 어린 10대 소녀의 인권은 어디에도 없어 안타깝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는 오늘도 낙태 시술을 거부당한 여성들의 절박한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었기 망정이지 나의 경우 30여 년간을 딸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크게 가슴을 졸여야 했던 부분은 엄마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이 아이들이 행여나 당하지 않아야할 험한 일을 당하면 어쩌나라는 불안감 이었다.

▲ 논설위원 김노금

이런 불안감은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걱정거리 일 것이고 너와 나만의 일이 아닌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똑같은 고민거리라고 본다.  서구 유럽 등의 선진국과 달리 성폭력에 관한 한은 피해자 임에도 온 가족이 평생을 죄의식에서 살아야하는 사회의 편견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있어 부모들의 전전긍긍은 실로 큰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약 1000건 정도, 년간 35만명 이상의 낙태가 이뤄지고 그중 95%이상은 불법 낙태라고 한다.

현행 모자 보건법은 강간과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등 5가지의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원치 않는 임신을 한 10대 여학생 중 거의 모두는 불법인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 법 대로  한다면 이제는 낙태 수술을 받기위해 국가에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우리 딸이 ‘자랑스럽게도’ 강간을 당했다고 온 동네에다가 광고를 하고 성폭행인지 아닌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낙태를 줄이기 위해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대책이라고 내 놓은 법이 이런 상황의 청소년에게 양육을 책임질 비용으로 월 10만원의 양육비와 2만4천원의 의료비를 지원 한다고 내놓은 정책이다. 참 우습다. 미혼 여성의 출산에 관한 사회적 편견과 도덕적 비난은 나이 어린 여성으로서 혼자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것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현 시대 상황에서 문득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해도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이라면, 아니 모든 이의 축복 속에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그런 세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순진한 생각을 해 본다. 

이 일은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만원 이라는 양육비를 믿고 출산을 강요하는 국가의 정책도 궁색하기 그지없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임신과 출산과 낙태와 양육의 무거운 짐을 져야 하는 당사자인 여성의 형편과 처지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낙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위험 요인을 생명경시 풍조와 성 접촉 증가로 꼽으면서도 여성을 성절제와 생명존중 계몽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일은 정말이지 열불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 계몽의 대상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아직도 국가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나영이를 비롯한 그동안의 모든 피해 여성들이 연대라도 해서 이제 국가는 모든 남성을 계몽하라! 고 외쳐야만 사태를 파악 하겠는가.

유럽 같은 경우는 진즉 미혼모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미혼모 장차관이나 국회의원들이 당당히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여 직장 보육 시설에 맡기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포르노 동영상 등 불법 음란물의 홍수 속에 노출되어 대책 없이 자라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다. 이제 순결을 잃을 경우 은장도로 자결을 하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갔다. 차라리  외국의 경우처럼  결혼을 약속한 이와 여행가는 딸이라면 부모가 피임하는 법을 가르치고 너의 자발적 의사가 아닌 성폭행을 당했을 땐 결코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보다 더 선행되어져야 할 방법이 아닌가 싶다. 

사회의 분위기가 이렇게 성숙되어지고 피치 못한  상황에서의 임신조차도 저주가 아닌 축복의 대상이 되어 질 때 그리고 낳아진 아이를 온 사회가 미래의 귀한자산으로 여기며 한마음으로 길러 갈 때에 우리의 내일은  보다 행복해 지지 않을까 싶다. 여성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아름다운 반쪽이다. 우리의 내일을 이끌어갈 귀하고 소중한 딸들이 한때의 실수를 딛고 일어서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갈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든 기성세대들의 몫이라 생각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