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보고서
                                                                                      논설위원 김노금

생각과 기록의 힘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지면을 통해 글을 쓰게 된 후 거의 해마다 빠트리지 않고 결혼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언급 해 왔는데 딸 아이 결혼을 앞두고 문득 14년 전에 방송을 진행하고 난 후 펴냈던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때의 생각과 가치관의 열매인 지금의 형편이 이렇게 같을 수가!  나의 경우 30년 전 훨씬 이전부터 나는 내가 가졌던 결혼관에 의해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 스스로 배우자를 결정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크게 후회 없는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러 모습의 결혼 풍속을 보면서 그때마다 나의 생각을 지면을 통해서나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피력할 기회가 많았는데 제법 많은 분 들이 공감해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딸아이도 보고 들었던 세상사의 풍속이 많았을 것임에도 그 때의 나와 거의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결혼에 임하고 있음에 대견함과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 논설위원 김노금

올 들어 거의 매주 두세 건 친지들의 자녀 결혼식 소식을 들었는데. 많은 가정이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혼수나 예단을 비롯한 각종 결혼예식비용으로 부모의 허리가 휜다는 아우성에 나 또 한 딸아이를 결혼준비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다. 어미라는 이가 결혼준비로 바빴다가 아닌 지켜보았다라는 표현은 그동안 한 번도 어미를 실망 시키지 않았던 딸내미였던 터라 제 결혼의 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지혜롭고 성숙하게 잘 해내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딸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세상 이치에 조금씩 눈을 떠 갈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가르치고 다짐했던 것이 있다면 공부 열심히 해라 보다는 좋은 책 많이 읽어라 였고, 어느 대학 갈래보다는 네가 남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그 전공으로 지속적인 사회참여와 성장이 가능 하겠느냐는 것과  평생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 이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뒷바라지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공부가 끝나고부터는 모든 일을 너 알아서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할 배우자 선택부터 모든 부분이 철저하게 너의 몫이라는 엄마의 말은 살 떨리도록 두렵고 엄혹한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딸아이는 그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대학 졸업 후 서울 생활에서 매사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배우자 부분에 있어서도 모든 면에 사려 깊은 선택으로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었고 혼수부분에 있어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어 하는 부모의 마음까지도 오히려  엄격히 컨트롤 해주는 어른스러움을 보여 주었다.

“서로가 자식을 나눠 갖는 기쁜 일이고 이 정도로 잘 키워 주셨는데 장성한 자식에게 무슨 혼수냐는” 사돈댁과 의견이나 생각이 일치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양가를 오가면서 지혜롭고 아름답게 모든 일을 이끌어온 자식들이 그저 마음 든든하고 고맙다.

결혼은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자신들의 능력 안에서 분수껏 인생의 새 설계를 알차고 참되게 꾸미는 지극히 소중한 의미를 지닌 성스런 의식이다. 진정 멋있고 아름다운 결혼은 부모의 수고와 한숨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둘 만의 결합으로서 부족하면 부족한데로 철저하게 자신들의 능력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나의 소신이다. 새롭게 첫 출발하는 아름다운 결혼을 과다한 겉치레로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딸 내외의 똑 부러진 결혼관이 참 어여쁘다. 남 보기엔 다소 작아 보일지 모르나 능력껏, 분수껏, 소박하게 숟가락 하나 밥그릇하나 까지 둘이서 알뜰하게 마련하는 건강한 결혼을 축복하며 글을 마무리 하는 이 시간 입춘 날 아침 어쩐 일인지 축복과도 같은 하얀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