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생명의 찬가
                                                                                논설위원 김노금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서로가 그 상처를 보듬어 안고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을 확인할 때 세상은 참 살만한 곳이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대지진 참사로 지구상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는 아이티를 향한 지구촌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 나눔을 보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감동이 참으로 크다.

남한 땅 4분지 1의 좁은 땅에 900만 명이 넘게 몰려 사는 나라. 그나마 국토의 4분지 3은 산이라는 아이티.

최근 대 지진 참사로 20만 명이 훨씬 넘게 숨진 것으로 알려진 아이티에 전 세계의 자원 봉사자들과 긴급 구호 요원들이 흘린 땀방울이 콘크리트더미에서 고귀한 생명을 살리고 병마와 굶주림으로 꺼져가는 아이티 인들의 상처를 싸매어 줌으로 아름다운 생명의 찬가로 지구촌 모든 이의 마음을 한데 묶어 주고 있다. 

▲ 논설위원 김노금

1804년 중남미에서 처음으로 독립했지만 인구의 80%는 절대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 지난해 1인당 국민 총생산은 785달러(환율기준)로 하루 2달러에 불과하다고 하니 과연 이 나라가 6.25전쟁 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인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다.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끌려온 50만 명의 사탕수수 농장 농부들이 건국한 나라 아이티는 프랑스에서 독립을 쟁취 했으나 나폴레옹은 이들을 다시 노예로 만들려 했고 그 일이 여의치 않자 무역봉쇄를 단행했다. 프랑스의 이러한 조치에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동참했고 최근까지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빈곤의 역사적 배경을 가진 나라이다.

마치 구제역에 걸린 동물을 파묻듯 시신을 구덩이에 그대로 부려 버리는 일이 예사로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무력감에 빠진 이들 누구한사람 이를 탓하지 않는다고 한다. 살아남은 자들 또한 생존을 위해 구호품 약탈을 일삼는 폭도가 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의 나라 아이티.

이 처참한 상황의 아이티를 보면서 세계는 한 마음으로 구호를 펼치고 있고,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우뚝 서 있다.  톰행크스, 브래트비트, 멜깁슨, 줄리아 로버츠, 마돈나, 비욘세 등 내노라하는 월드 스타 130명이 미국 로스엔젤레스와 뉴욕에 모여 아이티를 위한 자선공연을 펼친 결과 단 두 시간 만에 840억 원이라는 거금을 모금했다니 놀랍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장동건, 차인표, 신애라, 션, 정혜영 등의 많은 연예인들이 기부대열에 참여하면서 국민들의 동참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 전쟁 때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고아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또 추위에 죽어갈 때 전 세계로부터 보내온 후원금이 목숨을 살리는 생명줄이 되었고 그 가운데 아이티 국민들이 지원한 2000달러도 포함되었다고 하는 사실을 이제야 알고 보니 새삼 아이티를 또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전 세계 20여 개국 도움을 주는 나라 중 최고의 열정으로 구호 현장을 누비는 이들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 끼니를 구걸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함께 모든 78명의 노숙인들, 고사리 손의 유치원생부터 용돈을 아낀 젊은이의 풋풋한 사랑의 후원금등, 이 온정의 손길이 바로 아이티 사람들의 꺼져가는 생명줄을 붙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으로 섬기는 감자탕 교회로 유명한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 감기로 고생하던 그는 지진 뉴스를 듣고 곧바로 교회의 열정적인 헌신자 들과 함께 짐을 싸들고 천신만고 끝에 아이티에 도착해 사랑의 봉사를 펼쳤다. 아이티인들이 재지진의 위험을 피해 필사적으로 떠나려는 그곳 포르토프랭스에 그는 필사적으로 들어 간 것이다.

왜? 오직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을 살리는 것 보다 더 귀한 일이 없다는 소명의식이 그를 그곳에 달려가게 한 것이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찬가는 아이티의 절망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이다.

반세기 전만해도 미국이 던져준 쵸코렛을 받아먹으며 타국 원조에 의존해 살던 대한민국이 이제 지구촌의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로 우뚝 서서 이처럼 생명을 살리는 장한 일에 갖가지 모습으로 땀 흘려 일하고 있고 나라의 품격을 한층 높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뿌듯하다. 

아이티에 울려 퍼지는 장엄한 생명의 찬가 앞에서 당리 당락과 계파간 싸움. 그리고 시기와 질투로 다툼질 하는 우리의 모습이 자꾸만 작아 보이지 아니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