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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 종 오
즉 미끼를 끼어서 홍어를 잡던 주낙 방식에서 미끼가 없는 걸낙 방식으로 바뀐 것인데, 이러한 걸낙은 대청도에서 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흑산도에 내려와 홍어잡이를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이다. 이로 인해 날씨만 좋으면 홍어잡이를 지속할 수 있는 조업시간의 확대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어족자원의 고갈 때문에 1990년도에는 홍어잡이를 잠시 중단한 적도 있고, 현재는 9척이 홍어잡이를 하고 있지만, 활성화 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구의 유실에 따른 손해와 금어기 설정과 관련된 손해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 및 불법 어로 장비의 단속과 어족자원을 보존하고자 하는 정부와 어민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제3장 홍어잡이 어로신앙
1. 흑산군도의 홍어잡이
민속은 인간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고 변화되어 온 것으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같은 종류의
물고기를 잡는 어업활동에 있어서도 잡는 어업 위주인가, 기르는 어업 위주인가에 따라 나타나는 민속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즉 주어진 환경적
특성에 따라 생업 활동의 형태나 신앙 등의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도서지방에서 행해지고 있는 민속신앙은 도서적 환경 속에서 살아온 어민들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존하여 자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전승해온 종교적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신앙은 믿음을 기저로 하는 것이기에 믿음의 정도에 따라 의례가 지속될 수도 있고 단절될 수도
있다. 따라서 도서지방에 행해지고 있는 민속신앙 또한 주어진 환경의 변화나 믿음의 정도에 따라 그 의례 행위는 지속될 수도 있고, 혹은
변형되거나 단절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는 흑산군도(黑山群島)의 홍어잡이와 관련된 어로신앙의 변화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홍어잡이와 관련된 어로신앙은
과거에 행해졌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어로 환경의 변화 때문인데, 흑산군도의 홍어잡이와 관련된 어로 신앙의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주어진 환경이 변함에 따라 어떻게 어로 신앙이 바뀌는지를 알아볼 수 있고, 이를 통해 흑산군도의 전반적인 어로 신앙의 변화도 함께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흑산군도는 흑산도(黑山島)를 주도로 하여 홍도(紅島), 대둔도(大芚島), 영산도(永山島), 다물도(多物島)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빼어난
자연경관과 홍어로 유명한 곳이다. 홍어(洪魚)는 삭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잘 익은 김치와 돼지고기를 얹어
새우젓과 함께 보쌈처럼 먹는 홍어삼합은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홍어가 음식으로는 잘 알려져 있는 반면, 홍어잡이와 관련된 어로방식의 변화나 신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흑산군도의 홍어잡이는 1970년대 초까지 다물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잠시 중단되었다가 1970년대 중반부터 흑산도를 중심으로 다시
홍어잡이가 이루어진다. 특히 1975년도를 기점으로 미끼를 사용하던 ‘주낙’에서 미끼가 없는 ‘걸낙’으로 어구(漁具)가 바뀌었고, 90년도
중반에는 홍어잡이 어업이 거의 중단된 채 신안군의 지원을 받아 청신호라는 한 척의 배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한 적도 있다. 지금은 9척의 배가
홍어잡이를 하고 있지만, 홍어잡이의 중단(中斷)과 재개(再開) 속에 이와 관련된 어로 신앙도 차츰 바뀌게 되었다.
이 장에서는 흑산군도 현지 조사를 통해 흑산군도에서 행했던 어로 신앙의 모습을 공동체 신앙과 개인 신앙으로 나누어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흑산군도 홍어잡이와 관련된 어로 신앙의 변화 요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어로신앙의 단절과 지속
1)공동체 어로신앙의 단절
어로환경이 바뀌거나 새로운 어업 양식이 도입되면 공동체 신앙도 이에 맞춰 그 의례적 내용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전남 장흥군
회진면 덕산리의 경우 김양식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갯제를 백중 무렵에 새로 지내고 있으며, 전남 완도군 약산면 어두리의 경우 정월 보름과
팔월 보름 두 번에 걸쳐 세곳에 성대하게 지냈던 갯제를 가두리 양식이 성해지고, 김양식이 쇠퇴하면서 팔월 보름에 선창가 한 곳에서만 지내고
있다.
그런데 흑산군도에서 행해졌던 공동체 신앙은 근대 어업 양식이나 단일 어로와 결부되어 나타나지는 않는다. 즉, 다물도에서 모셨던 당제가
홍어잡이만을 목적으로 모셔지는 제의가 아니란 의미이다. 그러나 다물도에서 행했던 공동체 제의의 경우 참여한 선주들이 대부분 홍어잡이와 관련된
사람들이었고, 홍어잡이가 중단된 이후 점차 제의가 약해지다가 단절된 점 등은 일정 정도 홍어잡이와 관련된 것으로 여겨볼 수 있다.
다물도는 홍도, 대흑산도, 대둔도, 영산도, 대장도 등과 함께 흑산군도를 이루고 있는 섬으로, 해산물이 풍부하고 여러 가지 고기가 잡힌다고
하여 다물도(多物島) 또는 다촌(多村)이라 불렀다. 1914년 행정 구역 개편에 따라 다촌리라 해서 무안군 흑산면에 편입되었다가 1969년
신안군에 편입되었다.
다물도는 한 때 ‘홍어의 섬’이라 부를 정도로 홍어잡이를 많이 했던 곳으로, 이곳에서 지냈던 제는
당산제라 부르며 3년에 한 번씩 지냈다고 한다. 이를 기술해 보면 다음과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