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시장에서 사온 조개를 밤새 소금물에 담가두었다
고향 개울물에 찰방거리는 촉수들을
소금물이 안쓰럽게 다독거린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된 조개들,
냄비가 식욕을 드러내자
순한 마음들은 이내 움츠러들고
나는 눈을 감은 채 쫄깃한 맛을 궁리한다
급하게 추억거리를 챙겨온
개펄가방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소리 없는 소리로 버티는 목숨들을 끓는
물속으로 밀어 넣고 냄비 뚜껑을 닫았다
쫄깃한 미각을 찾아내려고
벌겋게 데인 발뒤꿈치까지 헤집었다
끓어오르는 살기에
작은 가슴이 죽을힘으로 껴안고 있던
인형들이 절망처럼 널브러졌다
육식의 습관이 날카롭게 발기하고 있었다
욕망으로 짜여진 작은창자 카펫에서
홀로코스트의 미소가 꽃처럼 피어났다

냄비뚜껑이 들썩거렸다
운 좋게도 오류확률로 살아남은
비행운이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신은 죽지 않았다)
또렷이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