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이야기⑮

아! 차마 꿈엔들 잊겠는가.

이 생애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김미경(전남문화예술재단 문화사업팀장/문학박사)

<다산 정약용과 함께 걷는 율정점길>

나주 율정점길은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 가던 중 그의 형 손암 정약전과 생애 마지막으로 이별한 장소입니다. 흑산도로 유배되어 가는 형과 밤을 지새우고 나주 주막집에서 이별하면서 읊은 <율정별리(栗亭別離)>는 우리의 심금을 울립니다.

띠로 이은 가게 집 새벽 등잔불이 푸르스름 꺼지려 해
잠자리에서 일어나 샛별 바라보니 이별할 일 참담하기만 해라
그리운 정 가슴에 품은 채 묵묵히 두 사람 말을 잃어
억지로 말을 꺼내니 목이 메어 오열이 터지네
흑산도는 멀고 먼 바닷가 하늘 끝과 이어진 곳
어찌하여 형님은 그 먼 곳으로 가시어야 하는지
고래란 놈들 이빨이 산만큼 커
배도 삼켰다가 뱉어내고
지네란 놈 크기가 쥐엄나무 껍데기만 하고
독사들 등나무 등걸처럼 뒤얽혀 있다네
내가 장기읍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니
밤낮으로 강진 쪽만 바라보았네
새처럼 날아가서 청해를 가로질러 가서
바닷물 가운데서 우리 형님 보았어라
이제 나는 좋은 곳으로 옮겨 영전된 느낌인데
구슬을 빼놓고 빈 상자만 사온 셈일세
나 또한 어리석은 바보아이
헛되이 무지개를 붙잡으려 하였네
서쪽언덕 활처럼 굽은 땅에
분명히 아침 무지개 보았노라
아이는 무지개를 쫓아갈수록 더욱 멀어져
가고 보면 또 다른 서쪽 언덕 서쪽 또 서쪽에 있었네  --- <여유당전서>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형제의 아픈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은 흘러 형 손암 정약전은 흑산도에서 삶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시는 형제의 마지막 이별을 담은 시가 되었지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습니다. 나주 율정점길을 걸으면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담아 가십시오. 어쩌면 이 생애의 마지막 이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진한 형제애와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율정점길을 걸으며 아침 무지개를 기다리는 다산 정약용을 떠올립니다. 진실한 사랑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최고의 보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