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이야기⑭

아! 그리워라.

멋과 풍류가 흐르는 나주 영산강길  
                                                                       
김미경(전남문화예술재단 문화사업팀장)

<榮山江第一景 羅州第一亭, 멋과 풍류를 따라 걷는 석관정길>
나주 영산강에서 제일 아름다운 정자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석관정길을 걷다보면 조선시대 선비들의 멋과 풍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주 영산강을 끼고 도는 절벽 위에는 많은 사연들을 간직한 정자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예로부터 정자는 시문을 짓고 거문고를 타던 선비들의 여유가 깃든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곳 석관정길을 유유자적하게 올라오면 탁 트인 영산강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석관정이 탁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나주 제일봉에서 영산강을 향하여 소리 크게 한번 질러 보세요. 영산강의 시원한 바람이 당신의 마음을 펑 뚫어 주어 희망찬 미래가 확 다가올 것입니다.

<고려의 역사의 향기를 따라 걷는 자미산길>
영산강변에 펼쳐진 드넓은 나주평야의 중심에 자리 잡은 자미산은 이름 그대로 성이 있는 산입니다. 나지막한 구릉으로 형성되어 있는 자미산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영웅호걸들이 국가의 권력을 잡기 위해 전투를 벌인 역사의 현장입니다. 특히, 고려를 세운 왕건이 호남 일대의 병권을 장악하기 위해 견훤과 접전을 벌인 곳이 바로 이곳 자미산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사랑과 야망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기백 넘치는 젊은이가 미래를 위해 피나는 전투를 했던 곳입니다. 또한, 세계의 패권 국가였던 몽골과 싸우고자 강화도에서 진도로 남하했던 삼별초가 호남 일대를 장악하기 위해 격전을 벌인 곳이기도 합니다. 혹시, 세상을 살아날 용기가 나지 않을 때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자미산을 씩씩하게 걸어보면 어떨까요. 천년 전 자신의 삶을 불사르며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기세 높은 함성이 들리지는 않는지요.

<청운의 꿈을 안고 걷는 다시 들판 보리밭길>
다시 들판 보리밭길을 걸으며 당신의 꿈을 설계해 보세요. 푸른 일렁임이 내일의 꿈을 이루게 해 줄 것입니다. 푸른 꿈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들판 보리밭길은 쉼을 추천합니다. 마치 판소리에서 긴장과 이완을 위해 창-아니리가 반복되듯 우리네 인생도 일과 쉼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다시 들판 보리밭길은 우리에게 빠른 속도의 삶에 제동을 걸어 느리게 사는 삶의 지혜를 선사합니다.

<쪽빛을 따라 걷는 천연염색 문화관길>
영산강 쪽빛을 따라 천연염색 문화관길을 걷다보면 하늘빛을 닮은 천연의 옷감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영산강변에 쪽을 많이 심어 쪽빛 염색이 발전하였던 나주의 전통을 계승한 아름다운 공간 - 천연염색관이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쪽염색부터 옷만드는 과정까지 천연염색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천연염색 문화관길은 우리가 얼마나 도시문명에 찌들고 살았는지 새삼 깨달게 해주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세월을 잊어버리고 걷는 잠애산 오솔길>
누에고치가 비단을 만들듯 잠애산 오솔길을 세월을 잊어버리고 찬찬히 걸으면 운이 나쁜 사람도 일취월장(日就月將)하여 비단 인생길을 걷게 됩니다. 사색과 명상을 통해 잠시 자신을 세상과 결별시키고 잠애산 오솔길을 걸어 보십시오. 잠애산이 의미하는 이름 그대로 누에고치가 비단이 됩니다. 세상을 잠시 놓아두는 지혜가 우리의 인생을 바꿉니다.

<계곡과 계곡을 감싸며 걷는 회진성길>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계곡과 계곡을 감싸며 회진성길을 걷다보면 삼국시대에 쌓은 회진성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토성 가운데서도 매우 큰 규모에 해당하는 회진성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보면 인내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달게 됩니다. 흙 한덩이, 돌 하나가 끈질긴 사람들의 노력 끝에 성을 만들고 길을 만드는 것을 보면 인내는 참으로 아름다운 결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