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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 - 17「산 너머 남촌에 가려면 산을 넘어야」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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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승인 2006.07.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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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끔은 빨강 페인트칠 장수들이 대목을 만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재미본부 상임의장 양은식 박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공연히 "나는 친북(이자 친남) 인사"라고 말하는 그에게 정부가 입국 허가를 내줬으니, 아무래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가는 모양이다. 하기는 북한 노동당 비서가 국립현충원 참배를 하는 판이니….

그런데 양 박사를 인터뷰한 어느 신문이 독자들을 놀랜다. 그의 말을 인용한 기사 첫 문장이 이렇다.

비행기 유리창 넘어 내려다보았던 조국의 산과 강이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발음이 같고 뜻이 비슷하다고 '넘어'와 '너머'를 혼동하는 바람에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 셈이다. 사정은 이렇다.

'넘어'는 동사 '넘다'의 활용형이다. 그러므로 품사는 여전히 동사다. '너머'는 명사이고(높이나 경계를 나타내는 명사 다음에 쓰여)높이나 경계로 가로막은 사물의 저쪽, 또는 그 공간을 나타낸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넘어'는 '동작'을 뜻하고 '너머'는 '위치'나 '공간'을 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산 '너머'(에 있는) 남촌에 가려면 산을 '넘어'가야 한다. '산(ㄱ) 너머 산(ㄴ)'은 'ㄴ산' 하나만을 뜻하고, '산 넘어 산'이라고 해야 '산을 넘고 또 넘는다'는 뜻으로 '갈수록 고생이 심해진다'는 말이 된다.

이런 까닭에 '비행기 유리창 넘어 내려다보았다'고 하면 '유리창을 넘어(가서) 내려다보았다'는 뜻이 된다. 실제 동작이 있었다는 뜻이니 단순히 그쪽 공간만을 지칭하는 '유리창 너머'와는 이렇게 다르다.

죽은 걸로 돼 있는 양 박사를 살리려면 '비행기 유리창 너머…'라고 해야 한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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