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선홍아짐께 주사를 놓는데 바늘이 뼈끝에 닿았다
“아짐, ‘살’은 다 어디로 마실 보내셨소?”
“그놈의 ‘살’ 다 자석들 목구멍으로 넘겨보냈제.”
열여덟에 시집와 열아홉에 첫아들 낳고
줄줄이 손가락 빨아대는 자식들 먹일 욕심에
빈 날개로 허공을 건너듯 아짐은 끼니를 건너뛰었다
품일 나가 새참으로 얻어먹는 라면 한 봉지가
유일한 하루식사였다는 아짐
라면 한 봉지와 막노동을 바꾸다보니
통증이 허리뼈에 일상처럼 붙어버려
약 없이는 하루도 건널 수 없는 아짐
세월 좋아진 살집이 머무적거려도
습관처럼 깎아지른 뼈마디는
곁을 내주는 방법을 이미 오래전에 잊어서
종단엔 설사로 흘러가버리는 아짐의 ‘살’들
“‘살이’라는 것이 군살 붙는 일이어서
살다보면 나잇살이라는 게 절로 붙는다는 디
나는 청춘을 끼니 거르듯 건너뛰어서
 ‘살’이 안 붙는 겨.”
여전히 농도 잘하는 우리 아짐의 허리사이즈는
여직도 미처 못 피어본 꽃청춘이어서
미스코리아 뺨치는 21인치
오늘도 진통제주사는 뼈끝 벼랑을 헤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