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조문(弔問)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조선시대부터 예(禮)를 중요시했던 우리 조상들은 조문 예절만큼은 철저히 지켰다. 그런 탓인지 조선시대처럼 문상예절은 엄하지 않지만 지금도 옷차림부터 신경을 쓰고 최대한 엄숙한 표정으로 예의를 갖추는 게 일반적이다.

▲ 한영구 기자

영전에 먼저 오신 문상객이 있다면 그분들이 문상을 마치도록 조용히 기다렸다가 문상을 하며,, 문상 전에 상가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조용히 인사정도만 나누고 다른 이야기는 문상이 끝난 다음에 나누는 것이 예의다.

오랜만에 반가운 지인을 만나더라도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하는 게 우리네 문상문화이다.

이 같은 문상예절은 배움을 떠나서 기본으로 우리 몸에 베어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나주시 모 과장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급히 장례식장으로 달려간 일이 있다. 상가(喪家)에서 우연찮게 강인규 의장을 비롯한 몇 명의 민주당 시의회 의원들과 만나게 되었다.

2-3일 전 강 의장과 관련해 기사를 썼던 터라 왠지 미안함도 있었지만 상가에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눈인사만하고 돌아서려 했다. 그런데 강 의장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악수를 청하였다. 그리고서는 하는 말이 ‘고소했습니다’.

악수를 청하면서 마치 공갈이나 협박을 하는 것처럼 들려 왔다.

기사와 관련해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간과 장소도 잊은 채 자신의 감정에 앞선 강 의장의 행동은 너무 경솔하고 예의조차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면서 안타까웠다.

아무리 감정이 복받치더라도 상가에서, 그것도 시의회 의장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도 망각하고서 할 얘기인가 의심스럽다. 이전에 이미 두 사람의 시민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시의회 책임자 분이 고인의 명복을 빌어야할 자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마는...

부디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민주당 시장후보로 나섰다면 기본적인 예의부터 갖추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