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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⑮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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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승인 2009.05.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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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찾아오다’

3평 남짓에서 시작한 ‘이천 금속공작소’를 ‘공업주식회사’라는 중소기업으로 탈바꿈할 무렵 시국은 여전히 불안했고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일본은 점차 전쟁의 길로 들어서고 있던 그 시기에 산업계에도 재편 바람이 불고 있었다.

서상록이 32살이던 1941년 5월 2차 세계대전(世界大戰)이 일어났고 이와 함께 오사카 공업계에도 일대 파란이 벌어졌다. 무기를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에서 제철 기계를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철물이나 농기구 등을 만들던 제철소 사장들이 군수 공업에 참여해 돈을 만지기겠다는 계산으로 기계를 매각하려고 앞 다투었다. 그러자 일본 정부에서 매각에 조건을 달았다.

전쟁이 장기화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은 전쟁 중에 공장이나 기계를 인수했다가 평화시에 일정 지분을 빼고 되돌려 준다는 조건이었다. 즉 기계를 정부가 사주었다가 전쟁이 끝나면 지분을 빼고 돌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실상 상록은 일본의 전쟁 준비에 관심이 없었을 뿐 더러 의식적으로도 전쟁과 연관되는 일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고 애를 썼었다. 그래서 관망하면서 대대적인 기계 매각에는 눈을 돌리지 않고 회사 운영에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사카에서 종업원만도 수백 명이 넘는 회사의 사장이 상록을 찾아왔다.

그는 상록을 만나자 다짜고짜 회사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제의를 하였다.

뜻밖에 상황에 놀란 상록은 그의 의중이 어떤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슬쩍 그를 떠보았다.

“당신들이 조선인을 믿습니까?. 하필 조선인인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언지 그것부터 알소 싶습니다.”

그러자 그는 공손히 머리를 조아리더니 진정어린 눈빛으로 상록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이 자리는 서로 다른 핏줄을 따지는 게 아니라 기업인과 기업인이 만나는 자리입니다. 저는 진작부터 사장님의 성실성과 경영수완, 그리고 사장님께서 쌓아올린 기술력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성전(聖戰)을 치른다고 합니다만, 그 끝이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릅니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에 지더라도 그때까지 이 회사는 살려 두어야 합니다.

그러니 부디 회사를 맡아 민수용 기자재 생산을 유지해주시고 훗날 평화로운 시대가 오면 그때 다시 돌려주십시오. 물론 그동안 수고에 대해서는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보수를 드리겠습니다.”

좀체 한국인을 믿으려 하지 않은 일본인 특유의 믿음 체계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던 상록으로선 쉽게 물리칠 수 있는 부탁이 아니었다.

“조센징 쇼가나이(조선인은 어쩔 수 없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재일동포로서는 이런 일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그를 돌려보내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한 끝에 상록은 그의 제의를 수락하였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말마따나 어찌될지 모르는 미래에 일본인들과 어울려 최소한의 기반이 돼 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오사카 제철소들이 군국주의의 깃발 아래 군수 공업을 향해 치닫는 바람에 가정용 철제품의 생산량이 달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차에 필요한 거대한 기계 거대한 기계의 부품 몇 가지라도 하청 받아 만들어 내면 그로부터 얻은 소득이 상당했지만 소규모 부속품의 수요도 만만치는 않았다.

한 예로 원가 70-80엔에 불과한 기차 부속품을 1,700엔에 납품한 일도 있었다. 무려 20배 이상의 소득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를 17,000개 가량 납품하고 나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2,450만엔이라는 거금이 들어왔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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