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신광재 기자의 근·현대 나주인물사
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⑭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45호] 승인 2009.05.15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독한 서씨 공장을 확장해 가다’

일본으로 건너온 동생에게 공장을 맡기고 틈나는 대로 기계 조작법을 가르쳤다.

동생 또한 악착스럽게 일을 하자 이시하라죠 사람들은 형제에게 ‘지독한 서씨’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 동생과 함께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한 덕분에 창업 3개월 만에 좀 더 넓은 공장으로 이전하였고 종업원 3명을 채용하였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회사다운 틀이 잡혔다.

회사에 수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사업이 불붙듯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외상으로 기계 한대를 들어 놓고 밤새도록 어루만졌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6개월 사이에 수십 대가 되었고 종업원 또한 3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회사가 커가자 서상록은 매달 공장의 부지를 넓혀갔으며 아담한 집도 한 채 샀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였다. 한창 공장을 확장하던 때 공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상록은 자신의 생명처럼 여겼던 공장이 눈앞에서 재로 사라지는 것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소방대가 출동했지만 공장 내부를 잘 아는 상록이 앞서서 소방관들을 안내하며 뛰어다녔다. 그러다 상록의 몸이 화염에 휩싸여 심한 중상을 입게 되었다. 간신히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공장 밖으로 끌려나왔지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병원으로 실러 가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지만 상록을 살펴보던 의사는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이렇게 화상이 심해서야…….아무래도 소생이 어렵겠어.”

“여기서 죽다니. 어떻게 이뤄낸 성공인데…….”

상록은 침대에 누워서도 내내 회사 생각뿐이었다.

탄광에서 오사카로 그리고 옷공장과 담보로 공장, 철공장으로 전전하며 냉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허기와 싸워가면서 드디어 기술을 인정받아 공장을 키우려는 찰나에 맥없이 주저앉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상록의 몸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보통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들의 경우 짓무르면서 화농균의 침범으로 회생이 불가능했을 신체 부위에서 어린아이 같은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아마 삶을 마감할 수 없다는 상록의 강한 의지가 기적을 일으킨 것이었다.
불과 한 달만에 병원 침대를 박차고 나온 그는 즉시 공장으로 달려가 복구 작업을 지휘하였다.

어느 정도 회사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그는 전보다 더 일에 매달렸다. 이천 금속공작소가 사세(社勢)를 확장해가는 동안 당시 일본 경제는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세계적인 공제 공황의 영향을 받아 일본의 산업 분야 전체가 험난한 파고를 겪고 있었다.  

1930년 일본은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통제와 간섭을 강화해 갔다. 정부의 산업정책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중소규모의 산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들에게 희비가 엇갈렸다. 상록 뿐 아니라 주위의 기업인 누구도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 그날의 정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오히려 금속 공업분야에 눈을 돌렸다. 일본의 군국주의는 앞으로 있을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금속분야와 조선업, 항공업, 중화학 공업을 키워 나갔던 것이다. 때 아닌 호황이 찾아 온 거다.

중소기업에 불과한 이천 금속공작소가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 있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었지만 간접적 영향과 배경 치고는 아주 좋은 여건이었음이 분명하였다.

이러한 배경과 영향에 힘입어 사업은 우후죽순격으로 번창했으며, 창업한 지 불과 5년이 되지 않아 이천 금속공업소는 명실상부한 ‘공업주식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신광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 국회의원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
2
학교 공간을 생각한다
3
공무원들에게 고향사랑기부금 강요한 나주시
4
30. 봉황면 철야마을
5
직원들과 소통이 필요한 ‘더 큰 나주 아카데미’
6
아무런 변화 없는 민선 8기 나주시
7
나주시 총무과장은 민원 해결사(?)
8
뇌물 사회학
9
영산동 관내 5개 통 통장들 뿔났다
10
나주시 인사발령 2023.9.25.자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