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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표해록 - 8. 바다를 지키는 도저고성제2편 중국대륙의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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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승인 2009.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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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미녀의 호수 서호(西湖)

항주의 서쪽에 있는 거대한 서호는 너무 넓어서 보는 이마다 강이나 바다로 보지만 사실은 인공적으로 만든 호수다. 항주에 머문 최부가 고벽으로부터 들은 항주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에서 제일가는 호수를 품고 있어서 서호를 말하면 항주로 알아듣는다고 했다.
 
항주는 남부 중국에서 동남아 제일의 도시로 가옥이 밀집되어 있으며 시장에는 금은이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은 예쁜 수를 놓은 비단옷을 몸에 두르고 있다고 기록했다.
 
바다에는 무역선이 줄지어 정박하고 있었고 거리의 환락가에는 술과 노래가 그칠 틈이 없이 흘러 나왔다. 사시사찰 아름다운 꽃이 질줄 모르며 계절이 언제나 봄인 곳으로 경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우니 정말이지 별천지라고 했다.
 
마르코 폴로가 항주에 들러 이곳을 보고 나서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있는 도시라고 했는데 이곳을 찾아왔던 시인묵객들은 아침에도 좋고 저녁에도 좋으며 비가 오는 날에도 좋다고 했다. 최부도 천당처럼 살기 좋은 곳이 항주라고 여겼다. 이제 항주의 대표적인 명소 서호를 찾아 깊은 호수의 물속으로 흠뻑 빠져 물장구를 쳐보자.
 
서호는 항주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서호라 부른다. 항주의 중심을 흐르는 전당강이 만들어낸 호수인데 강의 옆으로 만들어진 호수에 둑을 쌓고 물이 고이게 했으니 일종의 석호인 편이다.
 
억겁의 세월동안 흐르던 강물은 주변을 깎아내고 새 길을 만들면서 흐르다 모래둔덕이 만들어지고 호수가 생겼다. 길게 늘어선 모래 언덕은 바다물의 파랑작용으로 바닷물이 들락거렸기 때문에 조금은 짜다. 맹물 즉 민물이 아닌 염도가 있는 호수의 물은 바다와 강물의 중간 정도이다.
 
서호에 사는 물고기는 바다와 민물에 사는 것들이 혼합되어 많은 종이 사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만약 서호를 만들지 않았다면 호수로 이어지는 강물이 계속해서 흙과 모래를 운반해서 매립해 가니까 자연스럽게 충적화 되었을 것이다. 서호는 그다지 깊지 않다. 1?3m정도의 깊이로 워낙 넓어 멀리 만들어진 수평선이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아침 일출의 경우 동쪽 해가 수면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모습은 장엄한 풍경을 연출해 준다. 항주는 아늑한 도시이고 도시구도와 거리풍경이 보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며 매우 아름답다. 베이징의 거리와 비교해 봐도 더 안온하고 여유로운 느낌이다.
 
항주는 아열대기후에 속해서 추운 엄동설한이 없고 비가 넉넉해서 쌀농사가 잘 되는 곳이다. 계절의 변화가 분명하지만 각각 다른 사계절의 경치가 서로 다른 항주는 춘하추동에 한번씩 들러보면 그때마다 다른 감흥을 받는다고 하니 가히 천하제일 절경의 도시라 하겠다.
 
지상천국인 항주는 살기가 좋아 중국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소주에서 나는 비단옷을 입고 광동요리를 먹으며 항주에서 산다. 유주의 나무로 짠 관속에 묻히는 것이 최대의 소원이다.”
 
항주의 상징 서호는 항주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면적이 5.6㎢이며 타원형의 호수로 전체의 둘레가 장장 15km나 된다. 호수를 한바퀴 도는 데는 네 시간이나 걸린다. 중국에 있는 호수치고 그다지 크지 않지만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서 아름답기만 하다.
 
절색의 구릉과 계절을 알려주는 나무, 아침과 저녁으로 비 오는 날과 맑은 날, 그리고 춘하추동 각각 나름대로의 특색과 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드넓은 호수의 곳곳에는 정자와 누각, 사원과 탑 등이 주위의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봄이 되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로 호수 주위에 수많은 꽃이 피어난다. 호수전체를 꽃으로 감싼 듯한 모습이 찾아오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여름이 되면 모란, 석남화(石楠花), 만수국(萬壽菊), 백일초(百日草)와 더불어 뜨거운 여름임을 알려준다.
 
수면을 가득채운 백련, 홍련이 눈이 시리도록 가득하다. 가을은 가을대로 물푸레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흐르고 난과 국화의 커다란 꽃송이가 항아리처럼 피어오른다. 백설이 내리는 겨울에도 꽃은 끊이지 않고 청초한 동백꽃과 일찍 피는 눈 속의 설중매는 봄이 왔음을 제일먼저 알려준다.
 
서호는 언제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싫증이 나지 않은 서호는 매력 넘치는 여인에 견주기도 한다. 항주가 낳은 절세미인 서시(西施)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녀는 중국의 4대 미녀 중에 첫째가는 미녀였다. 서호는 항주인의 사랑을 독차지 했고 그녀와 함께 호수를 좋아했던 항주 인들은 그녀의 이름으로 호수를 불렀다. 호수는 음이며 여자이고 미녀였다. 그래서 서호는 서시로 불렀고 서자호(西子湖)로도 불렀다.
 
중국 춘추시대 항주의 월나라에서 태어난 그녀는 천하으뜸의 절색이었다. 다만 그녀의 아버지는 가난한 땔나무꾼이었으며 정직하지만 비천한 집안이었다. 그녀는 잘난 얼굴 하나로 나라를 구해내야만 했다.
 
그래서 그녀는 적국 오나라 부차에게 패한 구천의 충신 범려가 보복을 위해서 그녀를 특별히 가르쳤다. 미모의 그녀는 부차를 사로잡아야 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나라에서 맡긴 과업이었다. 그녀는 춤과 함께 남자들이 좋아하는 몸매로 가꾸어야만 했다.
 
더불어 부차를 사로 잡기위해서는 밤일을 잘하는 궁중 비술을 몸에 익혔다. 자고로 남자란 여자가 쥐어짜면 빠져들기 마련이다. 아무도 몰래 부차에 접근한 그녀는 부차의 침실까지 접근했다.
 
계획했던 대로 부차는 서시에 반한 나머지 홀랑 빠져 들었다. 밤낮으로 서시의 황홀한 몸놀림에 놀아난 것이다. 나라일이 어떻게 되어 가건 그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서시의 깊고 깊은 그곳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부차는 헤어나질 못했다.
 
특히 그녀는 몸에 찰싹 달라붙는 옷을 입고 부차를 유혹했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의 알몸으로 비단을 돌돌 말아 비비꼬며 유혹하면 고혹적인 몸매를 좋아했던 부차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급한 나머지 옷을 칼로 찢어냈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의 뇌쇄적인 몸매를 껴안아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백옥같이 하얀 그녀의 살결은 무쇠라도 녹여낼 듯 아름다웠다.
 
나라 안의 모든 비단이 거덜이 나고 국고가 텅 비고 말았다. 부차와 함께 오나라가 힘없이 무너진 것이다. 서시의 알몸을 껴안고 만지며 좋아할 때마다 나라의 비단이 찢어지며 없어졌다. 부차는 사랑을 얻기 위해 나라 안의 모든 비단을 동원해서 그녀에게 갖다 바쳐야했다. 결국 나라의 창고는 텅텅 비고 거덜 난 털털이나라는 무너지고 만 것이다.
 
몸뚱이 하나로 나라를 말아먹은 그녀는 항주 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애국자였다. 군대가 못한 일을 맨몸으로 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주의 자랑인 서호를 그녀의 이름으로 부르기를 즐겨했고 오늘날에도 서호는 서시호인 것이다. 그녀의 이름을 따서 서자호(西子湖)로도 불린다.

아무튼 그녀는 최고의 미인이었다. 한나라의 최고 책임자를 껴안고 놀아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녀만이 가능했던 일이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 중에는 그녀가 아파서 얼굴을 찡그리면 그것도 좋게 보여 나라 안의 모든 여성들이 따라하며 얼굴을 찡그렸다고 한다. 천하의 미인이었음을 증명해주는 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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