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신광재 기자의 근·현대 나주인물사
7. 금하 서상록(徐相錄) ⑦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38호] 승인 2009.03.20  00:00:0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오사카로 향하다'

6개월 동안 탄광생활을 경험하면서 상록은 고민에 빠졌다.

"이곳에서 돈도 벌을 수 없을뿐더러 저녁에 공부도 할 수 없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나 도 술과 여자에 빠져 이곳 사람들처럼 평생 탄을 캐야 될 거야"

더 이상 탄광촌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생기면서부터 상록은 며칠을 두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였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그는 일본의 여러 도시 가운데 오사카(大板)이 떠올랐다. 

오사카는 일찍부터 경공업이 발달해 비교적 일자리가 풍부한 터라 조선에서 건너간 체류자가 많았다.

"같은 동족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라면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적응하기 쉬울 거야."

오사카로 가야겠다는 결심이 생기자 상록은 곧바로 짐을 싸고 1931년 3월 오사카로 향했다.

아직 봄기운이 완전히 무르익은 시기가 아니라 낮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으나 아침저녁으로는 아직도 겨울 날씨였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기온이 더 떨어졌고 습기가 많은 일본 특유의 기후 탓에 맑은 날조차 여간 으스스한 게 아니었다.

이러한 날씨에도 상록의 옷차림은 고향에서 입고 온 흰 마포 옷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상록은 구멍이 숭숭 뚫린 마포 옷을 걸쳐 입고 덜덜 떨면서 거리를 돌아다녀야 했다. 기이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오가는 상록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였다.

하루는 상록을 유심히 지켜보던 일본 여자가 농담을 던졌다.

"시원하겠구려."

추워서 어쩔 줄 모르는 상록에게 "시원하겠다"는 농담은 뼈에 사무쳤다.

"바람이 들락날락 하니까 시원하지 않아?"

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록을 업신여기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국(異國)에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때서야 탄광촌에서 접하지 못했던 타국 생활의 비참함을 느끼게 되었다. 상록은 이를 앙다물었다.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에게 여봐란 듯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자."

일주일간 막무가내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끝에 여관 주인의 소개로 일본인 직업 소개인을 만날 수 있었다. 상록이 만난 직업 소개인은 전문적으로 조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해 주는 일을 하였다. 당시 상록처럼 조선에서 건너오는 사람이 많아 오사카에서 자연히 직업 소개업이 성행하게 되었다.

일본인 직업 소개인은 상록을 봉제공장에 소개시켜 주었다.

자료에 따르면 1931년 오사카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 수는 유리, 방적, 메리야스, 금속, 고무, 공업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그 중 유리공업 분야에 남자 2,585명, 여자 37명 등 총 2,622명이 일하고 있었고, 방적 공업에도 그 정도 인원이 종사하였다. 그리고 여타 공업분야에 1,000여 명 등 총 23,700여명의 조선인이 오사카에서 방적, 유리공장 등에서 일하고 있었다.

재봉틀을 타고 앉아 옷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 상록은 어머니의 손바느질만 보는 게 고작이어서 '미싱'기계가 생소하였다. 견본을 그려놓고 옷감을 이어 갖가지 양복과 양장을 만드는 자체가 상록에게는 놀랍고 신기하였다. 탄광에서 갱도를 드나드는 일보다 훨씬 쉽고 편했으며, 한 가지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하였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신광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꽃 도둑은 도둑 아니다는 옛말"⋯호수공원 화초 싹쓸이 범인은?
2
민주당 전남도당 사무처장, 운영비 등 폭로성 글 파문
3
최명수 도의원, NH농협은행과 광주은행 ‘이자 장사’
4
이재태 도의원, “한국에너지공대 출연금 재검토 즉각 중단하라!”
5
"한전공대 출연금 시비는 생떼"⋯나주시의회, 정부·여당 규탄
6
윤병태 시장 "민생경제 신음할 때 지방재정 신속 집행해야"
7
촘촘 복지망 구축⋯나주시, 민선 8기 신규 복지시책 눈길
8
국민의힘 나주·화순당협과 보훈단체장과 간담회 개최
9
102세 이학동 화백, 나주 특별전⋯5월에 그리는 고향
10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17~21일 공예 페스타 개최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빛가람로 685 비전타워 206호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