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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표해록 - 8. 바다를 지키는 도저고성67. 소동파와 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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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승인 2009.02.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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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에 머무는 동안 지루함을 잊게 해준 고벽의 고마움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이곳까지 앞장서서 안내해온 고벽은 최부 일행이 무사하게 여기까지 오게 해 주었고, 항주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말해주었다. 최부는 정보에게 고벽의 고마움을 말했다.
 
“고벽은 진심으로 우리들을 대접해 주었네. 그는 자신이 파악하고 있던 비밀스런 이야기를 해주었고 소견을 숨기지 않고 알려주어 우리들로 하여금 흔들림이 없게 해주었네.”
 
사실상 항주까지 무사하게 온 것은 그의 덕이 컸다. 최부는 그의 고마움에 성의를 표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줄만한 물건이 없었다. 일행들의 짐 꾸러미를 뒤집어보았지만 난파선 속에서 남아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한참을 궁리하던 최부는 무릎을 쳤다.
 
“옳지 됐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벗어 주자.”
 
그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주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보가 말리며 말했다.
 
“전에도 입고 있던 옷을 천호에게 벗어 주었는데 오늘 또 벗어주면 해진 옷 한 벌밖에 남지 않습니다. 갈 길이 구만린데 멀고먼 길에서 누가 헤진 옷을 기워준단 말입니까?”
 
한번 마음을 정한 최부가 지지 않고 말했다.
 
“옛날 사람들 가운데는 옷 한 벌로 30년 동안을 입은 이도 있다네. 나는 타국 땅 객지에 있는지 불과 일년뿐일세. 이제 점점 날도 더워지고 있으니 한 벌이면 충분하네. 뱀이나 물고기 같은 미물도 은혜에 감동하면 보답하려고 하는데 하물며 조선의 사대부로서 마땅히 할 일이라 여겨지네.”
 
최부는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고벽에게 옷을 내밀며 그의 손에 얹어주었다. 그러나 그는 손을 내저으며 받기를 마다했다.
 
“친구가 주는 물건은 비록 거마(車馬)라 할지라도 인사를 하지 않고 받아야 합니다. 이 같은 옷쯤이야 이별하는 마당에 옷을 벗어주는 일은 옛사람들이 전했던 정의 표시인 만큼 사양 말고 받아 주세요.”
 
몇 차례 더 사양하던 고벽은 마침내 옷을 받았다.
 
“성의가 고맙소.”

절강성의 포정사는 동남쪽으로는 바다에 임하고 남쪽으로는 복건성과의 경계에 이르는 11부를 관할하며 76현을 다스린다. 그중에 항주가 제일이다. 오늘날에도 항주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도(古都)로 북경에 나아가 용기와 젊음을 펼치고 노후에 이르러 편안하게 살기로는 항주가 으뜸이라고 했다.
 
남부 중국교통의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풍부하게 생산되는 생산물의 집산지로서 중국전체의 여기저기로 보급하는 보물창고와 같은 곳이다.
 
첸탕강이 항주의 중심을 흐르며 도시의 배치는 산과 물이 어울려 산산한 모습이 정겹다. 작은 도랑을 파서 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였다.

항주의 진산(鎭山)은 무림산이며 서호(西湖)는 성의 서쪽 2리쯤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동서의 직경이 10여리에 이른다. 보이는 모습마다 수목과 어울리고 작은 산과 어울려 산천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높고 큰 집들이 큰 길을 중심으로 줄지어 늘어섰다.
 
표충관은 용산 남쪽에 있는데 항주를 대표하는 인물 소동파의 자취를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소동파(1036~1101)와 항주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송나라 때의 문장가로 당송팔대가에 속하는 시인이다.
 
소동파가 처음 항주에 왔을 때는 30세의 나이로 젊고 힘이 팔팔할 때였지만 두 번째 왔을 때는 이미 50세를 넘겼다. 그가 항주에 있던 5년 동안 그는 영원한 항주 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말은 소동파와 항주의 관계를 말해준다.
 
지방장관으로서 그는 항주사람들을 위하여 적지 않은 일을 하였고 당대의 내놓으라는 시인으로 산과 호수를 벗으로 삼아 오늘날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시를 남겼다. 그의 명시는 대부분이 항주에서 탄생된 것들이다.
 
덕분에 항주는 소동파의 뛰어난 글재주로 인하여 유명세를 탔다. 그의 일생은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삶을 살았지만 시종일관 정직하고 선량한 성품을 가졌다.
 
소동파는 서호의 아름다움을 고려하여 서호를 잘 보존하는 것이 항주를 지키는 길이라 여겼다. 그는 봉초와 진흙으로 남북으로 길게 제방을 쌓아 서호를 양쪽으로 나누었다. 제방에는 6개의 다리와 9개의 정자를 건설하고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를 군데군데 심었다.
 
호수 주변에는 하얀색과 붉은 꽃이 피는 부용을 심었다. 그는 호수 가운데에 3개의 석탑을 세우고 석탑 둘레에 다시 호수를 만들어 그곳에도 연뿌리를 심었다. 서호십경의 하나인 삼담인월(三潭印月)이 그것이다.
 
그러자 서호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다시 태어났다. 백 척의 푸른 언덕이 예쁘게 다듬어진 것을 보고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도 즐거워했다.
 
호수 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랑을 파고 한쪽으로 강물을 모이게 해서 수문을 만들었으며 뺄 수 있게 해서 물이 시가지로 넘치지 못하게 했다. 소동파는 서호를 대단히 사랑했다. 그만큼 그는 항주를 좋아하고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는 서호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시를 많이 지었다. 자칭 그가 항주에서 남긴 시가 1,000수가 넘는다고 하니 서호에 대한 그의 사랑을 알 수 있다.
 
소동파가 남긴 서호에 대한 시는 대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풍부한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감성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짧은 순간에 절묘한 자연의 모습을 포착하여 시에 담아냈다.
 
소동파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이해했으며 특히 항주 사람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 그가 비록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고 박해를 당했지만 항주에서 그는 서호를 준설하고 아름답게 가꿨다.

항주의 아름다움에 반한 이들이 천축산(天竺山)에 올라가 돌덩이 두개만이라도 가지고 싶다는 이가 있었지만 소동파는 이렇게 외쳤다.
 
“천축산 봉우리에 올라가서 구름의 뿌리를 캐다가 가는 곳마다 심고 싶다.”
 
항주를 아끼고 아름답게 가꾸고자 했던 그의 마음이 묻어난 말이다. 자연을 벗하며 말년을 보내던 그는 결국 불교에 귀의하게 된다. 중국 당나라 시대 8대 문장가로 필명을 날렸던 소동파는 항주를 사랑했던 시인이었다. 그는 시로도 이름이 났지만 서화에도 재주가 뛰어나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 자존심이 강했고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가는 제주 꾼이라고 스스로 믿었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다고 여기며 뻐기기를 좋아했다. 그런 소동파가 항주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그는 옥천사로 승호선사를 찾아갔다. 그를 맞이한 선사는 정중하게 물었다.
 
“그대의 존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선사를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든 소동파는 대뜸 이렇게 답했다.
 
“나는 칭(秤)가요.”
 
저울 칭이라는 성은 없는 것으로 안 선사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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