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주에 머무는 동안 최부 일행을 감시하며 지키는 고벽이 다가와서 말했다. 북경까지 갈려면 너무 먼 길이기 때문에 가는 과정을 미리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부는 더 먼저 북경 가는 길을 암암리에 알아보고 있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북경 가는 길은 잘 알고 있어야 하오. 명나라 소주, 항주, 복건, 광동 등지의 무역선은 인도네시아와 아라비아 등지에서 홍목(紅木), 후추, 번향(番香)등을 사들여오고 있소.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커다란 무역선들이 드나들고 있는 것이오.”
 
그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지만 뱃길이 멀고 나빠서 열에 다섯은 돌아오지 못하는 수가 있소. 큰 바다에서의 뱃길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소. 그러나 북경으로 가는 당신들은 안심해도 좋을 것이오. 육지 속에 물길을 만들어 운하를 타고 가면 되오. 그렇지만 가는 길을 알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갈수 있을 것이오. 여행이란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즐겁다했지 않았소?”
 
일본이나 섬라, 만자가 등에서 조공을 바치기 위해서 들어오는 배는 한결같이 복건 포정사의 지시에 따라 이곳 항주에서 일시 정박한 다음 가흥을 경유하여 소주로 해서 간다. 그러나 조선의 경우에는 명나라의 바다를 통제하는 해금(海禁)정책으로 인해 전용 육로로만 왕복해야 했다.
 
의주에서 국경을 넘어 심양과 산해관을 경유하여 북경에 이르는 사신 로를 주로 이용했던 것이다. 정해둔 사신로(Envoy way)로만 다녀야 하기에 여행이 단조롭고 다녔던 길을 반복해서 다녔기 때문에 새롭고 흥미를 끌만한 것들이 전무했다.
 
천하의 명물인 비단과 포목, 갖가지 보화는 모두 항주, 소주로 모여든다. 최부는 가야할 곳의 지명을 머릿속에 외워 담았다. 초행길로 거처 갈 지명이라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소주를 떠나서 상주를 지나 진강부에 이르면 중국인의 비애가 담겨진 양자강을 건너게 된다. 항주에서 양자강까지는 천여 리쯤 떨어진 곳에 있다. 양자강은 너무 넓어 바다처럼 보이고 물결이 잔잔해야만 건너갈 수 있는 강이다.
 
중국대륙의 붉은 황토를 물에 담아 떠내려 온 강은 이곳에 삼각주 평야를 만들고 비옥한 땅에서는 모든 중국인들이 먹고도 남을 쌀을 생산해오는 곡창 지였던 것이다. 중국의 생산기지로 인심이 후하고 살기 좋은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양자강에서 운하를 타면 북경까지는 40일이면 도착된다. 시원한 봄철이면 날씨가 좋지만 뜨거운 여름철이 되면 혹심한 더위가 찌는듯해서 무사히 갈지 걱정된다면서 각오를 단단히 해두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산동, 산서, 섬서 등 세지역의 포정사 관할지는 계속되는 가뭄으로 황폐화되어 인심이 숭숭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먹을 것이 떨어져 민란이 일어나고 무기를 든 포악한자들이 날뛴다고 했다. 각자가 몸조심하면서 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의 말속에는 놀랄만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배고픈 사람들이 사람고기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말에 최부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뭣이요? 사람이 사람고기를 먹는단 말이요?”
 
너무 놀라운 사실이었다. 보도 듯도 못했던 난생처음 들은 말이다. 아무리 배가 고프고 먹을 것이 없기로서니 사람이 사람의 살 고기를 뜯어 먹다니(?) 말이나 될 성 싶은가?
 
크고 넓은 중국대륙에서 별의별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다지만 도대체 사람이 사람의 고기를 먹는다는 말은 보도 듯도 못했던 금시초문이다.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의 흉흉했던 소문이 나돌면서 그런 말을 난생 처음 들은 최부는 얼마나 놀랐을까? 엄청난 쇼크였음은 필연이라 하겠다.
 
꺼림칙한 말이 아닐 수없다. 더구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최부 일행으로서는 황당한 충격이었다. 온몸이 떨리는 쇼크였던 것이다.
 
중국에서의 식인 문화는 흥미위주의 뜬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관심과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중국에서는 진귀한 것이 보이면 일단 요리해서 즐겨먹는 전통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특미(特味)라는 것은 맛이 좋아서라기보다 이상하고 희귀한 것이 모두 그런 것들이다. 미식가들이 인육(人肉)을 먹는 것에 대한 기록들도 만만치 않게 남아있다.
 
중국에 남아있는 이야기 중 대표적인 것은 제나라 환공의 이야기라 하겠다. 환공은 특별하고 유별난 미식가였다. 그는 자신의 요리사를 불렀다.
 
“여봐라! 요즘 들어 입맛을 잃었는데 어디 맛있는 요리가 없을까?”
 
그 말을 들은 요리사 역아(易牙)는 맛있는 요리를 해서 받쳐 환공의 환심을 사고 싶어졌다. 철저한 보신주의자이며 예스 멘이었던 그는 아부아첨을 떨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미천한 자신이 권력의 장도를 차고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있다마다요. 내일부터 맛있는 요리를 날마다 빼지 않고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별다른 요리재료가 없는 그는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결국은 자신의 세살짜리 아들을 죽여 살만 오려내서 난생 처음으로 보도 듣지도 못했던 희귀한 요리를 해서 바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멋도 모르고 인육요리를 먹어온 환공은 궁핍한 난세에 끼니때마다 빠짐없이 고기요리를 바치는 요리사의 충성심을 믿고 높은 벼슬을 내려준다. 환공의 관심을 끈 역아는 비록 요리사에 불과했지만 그의 권력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누가 뭐라 해도 중국에서 식인문화는 당나라 때가 전성기였다. 당나라는 세계적인 대제국으로서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었기에 고급의 귀족문화가 발달되었다. 나라는 안정되고 귀족들은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리다 보니 이것저것 찾아서 맛있는 것만 골라 먹었고 싫증이 나면 더욱더 진귀한 것을 찾게 되었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인육이 고급의 진귀한 요리로 등장하게 되었다고 여겨진다.
 
과장된 이야기로 전해지는 말에는 당나라 전국각지에 미식가들을 위한 인육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인육은 쌀값보다 싸고 개고기보다는 훨씬 더 싸서 반의 반 가격이었다고 한다.
 
당나라 이전에는 인육이 암시장에서 아무도 모르게 거래되다가 당나라 이후에는 아예 인육시장이 개설되어 사람고기를 공개적으로 거래했다고 한다. 9세기경에 중국을 방문했던 페르시아 상인들에 의해 공개된 시장에서 인육이 거래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특히 당나라 측천무후 때는 식인 문화의 극성기로 인육을 두발 달린 양고기라 불렀으며 너무 많은 인육의 거래로 다른 고기들의 값이 떨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원나라 때 기록된 도종의의 ‘철경록’에는 친구의 살점만 도려내서 젓갈로 다져 먹었다고 하며 특히 살찌고 예쁜 첩을 삶아 먹기도 했다니 몽골이 오싹해지고 머리끝이 솟아오르는 처참한 모습이라 하겠다.
 
설마하니 사람이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