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어린 나무 때부터 꿈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올려다보는
큰 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늘 높은 곳에만 시선을 두었습니다
목을 길게 빼고 쳐다보던 어느 날
목이 너무 아파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아! 내 그늘에서
채송화가 시름거리고 있었습니다
무릎을 굽혀 그림자를 좁혔습니다
채송화의 눈동자가 금세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의자에 두꺼운 책을 몇 권 받치고
깨금발을 하고서도 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나는 누구의 손도 잡아줄 수 없었습니다

고개와 무릎을 굽히고 나니
손이 닿도록 작아서 좋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세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