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음법칙의 예외 』

"이름은 고유명사이니 본인이 원하는 대로 써 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물론 그런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런 예외를 인정하면 말글살이가 혼란스러워진다. 게다가 되레 당사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金利龍'이란 이름에 두음법칙을 적용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면 규칙성이 없어져서, 본인이 말해 주기 전엔 '김이용, 김이룡, 김리용, 김리룡' 가운데 어느 게 맞는 이름인지 알기 어려워진다. 어떤 사람의 이름을 알아맞히는 게 복불복이라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사실 '본인이 원하는대로 써줘야 한다'는 말은 '본인이 원하는 표기를 모를 땐 제대로 된 표기를 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이게 말이 될 법이나 한 말인가?

이 때문에 이름 표기에서는 단 하나만의 허용규정이 있다. '외자로 된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에 본음대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申砬, 崔麟, 河崙'은 '신립, 최린, 하륜'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적는다'가 아니라 '적을 수 있다'는 것은, '원칙은 아니지만 허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결국 '신입, 최인, 하윤'으로 쓰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신립, 최린, 하륜'과 '신입, 최인, 하윤'을 모두 표제어로 올렸지만 '신입, 최인, 하윤' 뒤에만 뜻풀이를 달아놓은것도 그 때문이다.

하나 더! 참고로 알아야 할 것은 한글맞춤법 제11항이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에 관한 규정이라는 사실이다. 한자음에 관한 규정이란 것은 결국 순 우리말이나 외래어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뜻. 그 때문에 음악인 삼 남매의 이름 '이루마, 이루다, 이루지'나 '이로운, 유리해, 주리라' 같은 순 우리말 이름들도 문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