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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표해록 - 8. 바다를 지키는 도저고성64. 상유천당 하유소항(上有天堂 下有蘇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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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호] 승인 2008.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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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일의 상해에서 육로로 약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항주는 일찍이 마르코 폴로가 경탄했던 도시다. 쿠빌라이 시대에 이곳을 방문한 마르코 폴로는 항주를 보고 ‘킨사이’라 이름 했다. 도시의 이곳저곳을 기록한 그는 특히 항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점에 대하여 경이로운 시선으로 보았다.

“원더풀, 넘버원 항주!”

원 제국 때 4번이나 항주를 방문한 마르코 폴로는 그가 쓴 ‘동방견문록’에서 세계 제일의 아름답고 번화한 도시가 항주라고 서양에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보이는 곳곳이 절경이요 마음을 열게 해준다. 훌륭하게 다듬어진 전원의 풍경, 울창한 나무들의 푸른 잎, 운하에 일렬로 늘어서서 천천히 떠나는 쟝크는 가슴이 저미게 아름답다.

최부가 지나가던 5백여 년 전에도 그랬지만 항주는 여전히 비옥하고 아름다운 매력이 넘치는 도시이다. 고래로부터 중국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천유천당 지유항소(天有天堂 地有抗蘇)!”

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땅에는 아름다운 소주와 항주가 있다고 한말이다. 그만큼 항주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것이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항주는 천당과도 같은 곳임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곳이다. 항주는 절강성(浙江省)의 성도로서 천년이 넘는 대단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항주는 춘추전국시대 원나라의 수도였으며 수당시대와 송대(宋代)를 걸쳐 강남의 중요한 거점도시였다. 산수의 경색이 맑고 아름다웠다. 그런 만큼 관광차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최근에 상하이가 커지기 전에는 양자강변에서 제일의 도시가 항주였다.

영파부 우두외양에 도착한 최부일행은 18일 동안 1,500리길을 달려와 1488년 2월 6일 항주에 도착했다. 항주에 도착한 최부일행을 제일먼저 맞이한 것은 넘치는 물이었다.

“강물은 산을 따라 꾸불꾸불 흐르고 있는데 산에 부딪친 물결이 되돌아온다.”

먼저 최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강변에 즐비한 배들이었다. 배는 화려한 채색을 하고 아름답게 꾸몄다. 줄지어 늘어섰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강인지 바다인지 구별이 안 되게 넓은 강 입구에는 100톤급이 넘는 산 같은 배들이 숨 가쁘게 드나들고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용선(龍船)들까지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주고 있었다. 화려한 항주의 시가지는 강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 샘이다. 아직도 역사에 찌든 삶의 터전들이 눈에 들어온다.

◇ 황화집(皇華集)

최부일행이 항주에 머문 동안 계속해서 날씨가 흐렸다. 여기까지 인솔했던 고벽이 최부에게 말했다.

“방금 들은 말인데 관리를 북경으로 보내 당신들에 관계된 일을 보고해서 회답을 받아 온다고 했소. 여기서 북경까지는 뱃길로 5천리가 넘는 거리요. 회답이 올 때까지는 여러 날을 기다려야 할 터인데 남쪽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항주이니 만큼 날수에 관계없이 체류하며 푹 쉬시구려.”

그러나 최부는 답답하기만 하다. 전쟁포로 같이 대하는 따가운 눈초리가 매섭고 쌀쌀했다. 무작정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갔으면 좋으련만 하염없이 기다리라니 숨이 막히는 하루하루다.
 

18일 동안 1500리를 걸어 항주에 도착

“여기서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장님이요, 귀머거리나 다름없습니다. 청 하건데 좋은 소식이 생기거든 빨리 알려주시기 바랄뿐입니다.”
 
고벽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국법이 지엄한데다 규율이 엄중하오. 만약 기밀을 누설하면 어느 누구라도 군대로 끌려가게 되오. 지금 내가 말한 것을 남에게 누설하면 안 되오. 오직 당신만 알고 있어야 하오.”
 
단단히 주의를 준 그는 딴 곳으로 사라졌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최부일행은 그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 뿐 무료한 오후였다. 옹기종기모여 잡담이나 하고 있는 일행에게 두 명의 관리가 다가왔다.
 
“어제 보았던 활과 칼을 보여 달라 하오.”
 
도총태감(道總太監)과 총병관이 보낸 심부름꾼 관리의 말이었다. 광주 목리 정보가 활과 칼을 내주었다. 일마쯤 지나자 또 다른 관리가 와서 물었다.

“경태(景泰)연간(1450?1456)에 중국의 급사중(給事中) 장녕(張寧)이 조선의 사신으로 갔다가 황화집(皇華集)이라는 시집을 발간한 적이 있다고 들었소. 그런 일을 당신은 알고 있소?”
 
최부는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예, 양국의 사신들이 나눈 시를 모아 만든 책이 황화집이지요.”
 
황화집은 조선의 높은 벼슬아치들이 명나라의 사신을 맞이해서 함께 시(詩)를 짓고 교유했던 결과를 모아 만든 문집이었다. 현장체험시집인 편이다. 즐거움 속에 서로 나눈 시를 모아 기념출판 하듯 만들어낸 책이 황화집이다. 서로 주고받은 필담으로 자연을 보고 해석하는 시선은 다 같은 것으로 한문을 매개로해서 공동사고를 했던 시집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장녕이 쓴 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억을 더듬은 최부는 그가 쓴 한강루(漢江樓)라는 시를 읊었다. 비상한 기억력의 최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천천히 외우기 시작했다. 한자도 빠짐없이 똑바로 읊을 수 있었다.

     
광요청작방(光搖靑雀舫) : 빛은 푸른 공작배 위에서 흔들리고
영락백구주(影落白鷗洲) : 물가에는 갈매기 그림자 지네.
망원천의진(望遠天疑盡) : 멀리 바라보니 저 하늘 끝 간 데 없고
능허지욕부(凌虛地欲浮) : 허공에 솟았으니 땅이 떠있는 것 같네.

이 시는 당시 널리 알려진 시였기에 최부도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최부의 시낭송을 듣고 난 그는 얼굴에 회색이 만연하며 활짝 핀 미소로 말했다.
 
“시의 주인공 장녕은 벼슬을 그만두고 집에서 은거하고 있소.”
 
“그분의 집이 어디 만큼에 있습니까?”
 
“여기서 가까운 곳에 있소. 그의 집은 가흥부(嘉興府) 해염현(海鹽縣)에 있는데 여기서 백리쯤 떨어진 곳이오. 장공이 항주에 나왔다가 조선의 선비가 표해 되어 왔다는 말을 듣고 조선사정을 들어보고자 며칠동안을 기다리다 지쳐 하루 전에 돌아갔다 하오.”
 
“참으로 안타깝군요. 만났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그렇소. 단 하루사이에….”
 
함께 하고 있는 중국 관리들은 최부의 문장실력에 이미 매료되어 있었다. 필체가 수려할 뿐만 아니라 시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그를 존경하며 좋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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