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산비알을 올라채며 밤을 줍는다
밤나무 일 년의 땀을 공으로 얻자니
겉으론 미안하면서도
속으론 마냥 오지고 즐거운데
가시에 찔려가며 밤송이를 까다보니
금언 같은 문장이 씌어 있다

세 쌍둥이 밤알들은 똑같은 크기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한 알이 통통하게 탐지면
나머지 두 알은 비실대다가
어떤 한 알은 아예
몸도 가누지 못하는 선천성장애를 가지고 있다
세 알 모두 고른 알들은 눈에 띄게 큰 알이 없었다

나도 누구나 탐낼 씨알 굵은 밤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내 씨알이 굵은 만큼
누군가는 빈탕인 껍질인 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내 목소리가 큰 만큼
누군가의 목소리가 잦아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불거져 나온 뱃살을 내려다보며
북한의 꽃제비들을 떠올렸다
제 혼자만 배터진
씨알 굵은 알밤의
머리통을 쥐어박는 기분으로
내 뱃살을 쥐어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