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배농사는 어느 해보다 대풍인데, 농가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개화기와 결실기의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씨알이 굵고, 맛이 좋으며 수확량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과일 수요가 많은 추석이 슬그머니 지나가자 멀쩡한 과일이 창고에서 썩고, 쌀은 이런저런 이유로 판로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편집자주-

‘나주 배 수출 판로가 막혔다’

나주 배 농협과 배 재배농가 등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뤄지던 배 수출이 최근 수출업체들의 가격 인하 요구로 사실상 중단됐다.

배 원협은 지난달 초 수출업체 협의회와 지난해와 비슷한 5kg 상자 기준 평균 7천700원선에 계약을 맺고 3천t가량(70억원 상당)을 수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추석 뒤 산지가격이 5kg 기준 5천원대로 폭락하면서 수출업체들이 상자당 최대 2천원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선적을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황과 황금 등 9월초에 수확한 조생종 600여t 정도만 수출이 이뤄진 상태여서 올 수출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최근 중동지역과 홍콩, 하와이 등지에 수출을 단행하고 있어 농가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

더욱이 선과 작업을 마친 배 300여t이 이미 배 조합 저온저장고 2곳을 꽉 채운 데다 개인 저장고까지 빌려 임시 저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배 조합 선과장에도 600여t의 수출물량이 임시 저장돼 있어 수출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품질하락도 우려된다.

수출물량을 아예 내지 못하는 상당수 농가도 저온저장고가 충분치 못해 실온 보관에 따른 상품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주 배 조합 관계자는 "수출업자들이 미국 등 수출 대상 국가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와 산지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계약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계속 협의를 해 수출이 지속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작황 호조와 과잉생산이 배 가격 하락 부추겨

전국 배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우리지역은 올해 과잉생산에다 이른 추석에 따른 소비감소 등으로 산지가격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지역의 특산품인 나주배가 전국 재배 면적의 18%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작황 호조와 과잉 생산으로 배 가격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폭락한 것에는 추석연휴 기간이 짧고 단기간에 많은 물량 출하와 사회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감소, 추석 직전 경기 배의 동시 출하 영향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이다.

신정훈 시장은 "나주시에서 배 값 하락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 생산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수급안정을 위해 단기대책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단기 대책으로 배 사주기 운동,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 직판행사, 비수기 출하지원사업을 통한 소비촉진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석 직후 배값 하락에 따라 생산자 단체 및 농업인들이 정부수매 등 정부 지원대책을 요구했고 나주시와 시의회에서도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 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정부 지원을 요구한 결과 최근에 정부의 지원대책으로 수매 1만톤이 확정되어 나주시에 3788톤이 산지 농협별로 배정되어 수매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신 시장은 "나주시 자체 사업으로 1212톤을 수매 해 배 가격 하락에 따른 생산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고 중장기 대책으로 우선 신고배로 편중된 재배면적을 조·만생종배를 연차적으로 확대 신고배 면적을 줄이고 40년이상 노후된 과원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