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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표해록 - 8. 바다를 지키는 도저고성61. 쏟아지는 빗속에도 북경을 향한 이동은 계속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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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호] 승인 2008.10.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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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이 되자 영해현(寧海縣) 월계순검사에 도착했다. 성은 산꼭대기에 띠를 두른 듯 길게 잇대어 있었으며 무장한 군인들이 바닷가에 늘어서서 지키고 있었다. 앞장선 적용을 따라 배에서 내렸다. 성안으로 들어가 함께 유숙하며 해를 넘겼다.

강가의 포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포는 작은 포구로서 많은 배들이 드나들며 공문서 등을 체송하는 곳으로 그 규모는 역에 비해 작았지만 교통은 편리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이동해야 했다. 최부 일행을 인솔하던 적용이 말했다.

“우리 대당의 법령이 엄격하여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반드시 그 죄를 물어 추궁하오. 아무리 큰비라 한들 가는 것을 중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오.”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졌다. 쉬었다 가자는 말이 대세였다.

“여독이 쌓여 지치고 피로해 제자리에 서있기도 힘듭니다. 조금만 쉬었다 가도록 합시다.”

“오늘같이 큰비가 오는 날에는 계곡 같은 곳에도 물이 차오를 것인즉 도저히 갈 수없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쉴 수는 없소.” 적용의 대꾸는 냉담했다. “물이 차오르면 퍼내면 되오. 더구나 이역에서 지급할 양식에는 한도가 있소. 어제의 유숙도 실제로는 안 되는 것이었소.”

현은 역의 동쪽 2리쯤에 있었는데 계곡에 물이 넘쳐 최부 일행은 모두 옷을 입은 채로 계곡을 건너야만 했다. 현령은 두안(杜安)이라는 사람인데 역장은 일행들의 옷이 모두 젖은 채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는지 불을 피워주었다. 모두가 불가에 모여들었다. 옹기종기 불을 쬐며 몸을 녹이면서 추위를 이기고 있을 때였다.  “누구 맘대로 불을 피우는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노발대발한 그는 모닥불을 발로 비벼 꺼버리는 것이었다. 모두가 당황하여 흩어졌는데 적용과 역장도 순식간에 저질러진 일이라 피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화가 치민 적용이 말했다.

“아까 그 사람들은 당신들이 도적 떼이니 동정해 줄 필요가 없다고 하기에 나와 역장은 도적이 아니고 조선의 점잖은 선비라고 했소. 또다시 그런 말을 하면 옷 보따리를 약탈당했다고 고발장을 써서 현령에게 보고해야겠소.” 고발한다는 말에 겁을 먹은 최부가 말했다.

“그들의 행동이야 가증스럽지만 도둑을 만나지도 않았으면서 강도를 당했다고 거짓보고를 하면 사리에 어긋납니다. 당신들이 우리 일행을 돌보아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있지도 않은 거짓과 공갈로 남을 벌주면 이 또한
큰 죄가 되니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송나라시절의 수도 항주
 
강의 북쪽 기슭에는 파가 설치되어 있었다. 파는 배를 위로 끌어 올리는 시설이다. 강과 강사이의 서로 다른 수면이 다른 경사면을 칸으로 막고 두개의 수면사이에 점토를 가지고 쌓아 운하를 막은 것을 말한다.

파는 언, 태라고도 하며 수위의 표면이 다를 때 높은 부분과 낮은 부분이 만나는 곳에 완만한 경사면을 설치하여 수량이 많아지면 그때 배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끈을 가지고 끌어올리거나 미끄러뜨려 내려 보내기 위해 만든 특수한 시설로 배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만든 인공 수로로서 물의 역이용시설이라 하겠다.

끌어당길 때는 끈의 한쪽을 도르래로 감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소를 이용해 당기기도 한다. 이곳의 파는 두 물을 경계로 하여 안팎으로 양쪽 옆에 굵은 돌을 쌓아 만들어서 단단하고 견고하게 보였다.

파 위에 두개의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들보처럼 기둥을 올려 문처럼 만들었다. 들보의 중앙에 한 개의 구멍을 뚫거나 나무기둥을 세우고 가로지른 구멍에 맞추어 돌아갈 수 있게 했다.

기둥 사이로는 여러 개의 구멍을 뚫거나 대나무를 쪼개어 새끼를 만들고 배를 묶는다. 새끼를 나무기둥에 매고 짧은 나무를 여러 개의 구멍에 다투어 꽂아서 고정시키고 배를 끌어 올리는 것이다. 파의 위로 배가 가는 것은 역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고 파의 아래로 가는 것은 물이 흐르는 데로 순류하는 것이어서 힘이 들지 않아 쉽다.

파를 처음 본 최부는 조금 황당했으나, 자세히 보면 자연을 편하게 이용하려는 지혜가 스며 있는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파의 북쪽은 둑을 쌓고 강을 인공적으로 팠는데 그곳에는 많은 거룻배들이 줄을 지어서 차례대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길게 잇대어 가고 있는 배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흐르는 물의 반대로 배가 가다니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파가 놀란 토끼 눈처럼 튀어나올 지경이다.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최부는 신기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오늘날 절강성은 인구 4,700만 명으로 남한인구와 비슷하고 면적도 남한과 비슷한 넓이를 자랑한다. 절강성의 중심도시인 항주(杭州)는 강(江)중의 강이라는 양자강이 만들어낸 삼각주 지역에 자리한 인구 630만 명의 거대한 도시이다. 송나라시절에는 수도가 있었던 오래된 도시가 항주이다. 절강성의 중심을 동서로 가르며 흐르는 강이 첸탕강[錢壇江]이다. 이제 대운하를 따라 최부 선생이 갔던 노정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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