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슴 설레이게 하네 』

예전에 평양 대동강변을 지나던 북한 주민이 '휘파람'이란 승용차 광고판을 유심히 쳐다보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여러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그때 그 광고판이 자동차를 광고하는 것인지, 아니면 체제를 광고하는 것인지, 또는 북한 내부용인지, 아니면 남한이나 다른 나라에 보이기 위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그러나 여러 신문에 실렸고, 또 이렇게 다시 언급되고 있으니 일단 광고판으로서 제 구실은 다한 셈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깔끔한 디자인에 피아트 엠블럼이 붙은 자동차나 혹은 차 옆에 서 있던 여자 모델보다는 '내 가슴 설레이게 하네!'라는 광고문구에 더 눈길이 갔다(교열기자의 본능이라기보다는 사진에서 다른 것에 비해 글자가 아주 컸기 때문이다). '설레이게'의 기본형은 '설레이다'인데, 이 말을 쓰면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북한 표준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설레이다'가 아니라 '설레다'를 기본형으로 잡고 있으므로 '설레게 하네'로 써야 한다. '설레임'도 당연히 '설렘'으로 써야 한다(그럼에도 '설레임'이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빙과류 제품이 하나 있다. 공안검사들은 뭘 하는지…).

'메이다'도 이렇게 '-이-'를 잘못 덧붙여 쓰는 말이다. 뚫려 있던 곳이 막힐 때(밤고구마를 급하게 먹다가 목이 멨다)나 어떤 장소에 가득 찰 때(사람들로 가게가 메어 터질 지경이었다), 어떤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을때(너무 기뻐 목이 메었다)는 모두 '메이다' 대신 '메다'로 써야 한다.

'설레이다'나 '메이다'로 잘못들 쓰는 까닭은, '설레다'나 '메다'로 쓰면 뭔가 모자라는 느낌이 드는 때문인 듯한데, 극복하는 열쇠는 '확신과 자신감'뿐이다. 시험 치를 때 봐도 보기가 길면 정답이 아닐 확률이 높지 않던가. 사람들도 자신이 없거나 거짓말 할 때면 대개 말이 길어지는 법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