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외길을 걸어온 여성정치인 심상정의 허심탄회한 이야기

“심상정이 궁금한 사람들. 심상정이 좋은 사람들. 심상정이 싫은 사람들. 심상정이 무서운 사람들. 정치인 심상정에게 희망을 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유합니다.”

심상정이 펴낸 책 ‘당당한 아름다움’에 대한 광고 문구다.

이 책에는 심상정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차분하게 담겨져 있으며 특히 6부에는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정지영 영화감독,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사장, 오한숙희 여성학자. 박찬숙 전 국가대표여자농구팀 감독, 김현태 TNS사회조사본부장 등이 바라본 심상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 모음도 살려 있다.

2008년 4월, 18대 선거(덕양갑)에서 떨어진 후 자신과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정리한 것으로 그 동안 삶 속에서 형성된 저자의 생각과 앞으로의 비전을 전해주고 있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양쪽으로부터 관심과 칭찬을 듣는 심상정.
그의 지금을 있게 한 뿌리는 어디이며, 그의 줄기와 이파리는 어디로 뻗어나갈 것인지, 정치인 심상정에게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대목을 가끔 궁금해 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궁금증에 대한 답변서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치고는 저자가 별로 잘난 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하겠다. 심상정은 자신이 처해 있던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각 시기 자신의 고민과 선택 등을 ‘객관화’시킴으로써 이 책이 ‘자기 자랑 책’으로 매몰되는 것을 막고, 시대의 기록이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여성정치인으로서는 ‘동지’이나, 향후 정치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짧지만 추천사를 ‘써줬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당당한 아름다움’은 심상정이 처음 쓴 책으로서 정치인들의 책 내기가 통상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홍보 전략으로 전락해 날림, 졸속, 대필 출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거듭된 탈고를 거치면서 심상정의 생각이 온전하게 육필로 쓰인 책으로 지은이와 책 내용 사이에 거리도 괴리도 없다는 점이 이 책의 주요 특징이자 미덕이다.

야구에 미친 여중생 기자에서 얼치기 운동권 학생을 거쳐, 전두환 대통령 시절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조직의 핵심이 될 때가지 자신의 삶을 압축적으로 ‘감동이 있는 건조체’로 풀어 가는 내용이 이 책의 초반이다. 군소리도 호들갑도 없이 풀어놓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85년 구로동맹파업의 막전막후와 수배시절 쫓던 자와 숨겨주던 사람들의 얘기들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행운’처럼 다가온 남편과, 생각하면 애틋함으로 사무치는 외아들의 이야기, 친정과 시댁 어른들의 이야기는 철의 여인, 똑똑한 의원이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잔잔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심상정은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학창시절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운동의 대모로 불리기도 한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부장, 쟁의국장, 민주금속연맹, 금속산업연맹 사무차장,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 등을 거쳐 민주노동당 당대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원내 수석부대표를 지냈다. 현재는 진보신당 공동대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맨 앞에 서서 사회의 부조리와 기득권에 맞서 대결하며 세상을 바꿔온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신이 난다. 최근 그가 겪은 당내 대선 경선 패배, 분당, 낙선 등 은 잇단 불운의 주인공이 된 것 같지만, 사실은 진보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라는  과제를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심상정, 그는 이제 진보정치의 새 장을 열어젖힐 게 분명하다. 이 책은 심상정의 자서전이라 할 수 있는, 노동 외길을 걸어온 여성 정치인 심상정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로서 책 제목처럼 그녀의 당당한 아름다움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