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약재 8경 노래한 누정시

관약재제영의 작자에 또 김기숙(金琪淑)이 있다.

그는 김사국(金思國)의 증손(曾孫)으로 호는 춘재(春齋)이다. 관약재가 건립된지 오래되어 퇴락하자 관약재 중건을 처음 추진한 이는 春齋의 형인 연당(蓮堂) 김기상(金琪祥)이다. 그러나 연당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자 춘재가 형의 아들 원석(元錫)과 함께 연당의 뜻을 이어받아 1924년 이를 중건하였다.

춘재는 자신이 정자에서 노닐기를 좋아하여 관약재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다.

그는 실제로 관약재가 있는 산계부락에서 관계정(觀溪亭)이라 한 정자도 경영하였다. 정자의 이름을 관계정이라 함은 정자의 남쪽에 벽류(碧流) 흐르는 산수의 경개(景槪)를 보고 스스로 명명(命名)한 것이다.

그는 관계정중건기(觀溪亭重建記)도 제작하였다. 중건기에는 산계부락의 산정(山頂)에 수간(數間)의 정자를 건립한 것은 옛날 중국의 소식(蘇軾)이 말했던 달 한칸, 바람 한칸, 나 한칸 차지하여 서로 자연과 벗하고자 한 뜻을 취함이라 하였다.

그래서 그의 문인(門人)이요, 종질(從姪)인 김태석(金太錫)은 관계정실기(觀溪亭實記)에서 이르되,

‘돌아가신 선사(先師) 춘재선생은 아침 저녁으로 정자에 올라 조용히 앉아 만물을 정관(靜觀)하고, 혹은 벽류(碧流)에 임하여 시를 읊으며, 옥은 객(客)을 맞아 행배(行盃, 함게 술을 마신다는 의미)를 즐기며, 혹은 위기(圍碁, 바둑을 즐김)로 근심을 잊었으니 이는 가히 선생의 매축(邁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 했다. 김영기(金泳冀)도 관약재 누정의 중수기에서 ‘觀躍齋公之曾孫琪淑 族黨中雅飾士之’라 하여 그를 김씨 족당(族黨) 중 문장(文章)을 바르게 갖춘 선비로 기리었다.

춘재의 관약재제영에는 관약재의 8경을 노래한 누정시가 있다. 이 역시 다른 사람의 관약재제영과 달리 그의 시재(詩才)를 나타낸 흥미있는 제영이다.

德峯霽月(덕봉제월) 南谷晴煙(남곡청연), 龍山歸雲(용산귀운), 彩城?霞(채성만하), 陽川漁火(양천어화), 外野牧笛(외야목적), 西山落照(서산낙조), 漢江暮雨(한강모우) 등의 여덟가지를 관약재 8경으로 들고 각각 칠언율(七言律)로 읊은 관약재 중심이 풍경시가 있다.

고개를 들고 멀리 보니 하늘은 나직하네
푸른 안개는 넓게 퍼져 半空(반공)에 깃들인다.
갑자기 골자기서 날아드는 새 우짓고 떠나가니, 흩었다 다시 모여 점점이 사라지네.
가을의 냇가에는 단풍잎 갈꽃이라, 불 밝힌 어화(漁火)는 물가로 내려든다.
십리의 모래사장 역력히 눈에 띤데 물 위에 갈매기 eP 물결에 놀라 날아들 가네.

전자는 관약재에서 보는 남곡(南谷) 청연(晴煙)의 모습이요, 후자는 양천(陽川)의 냇물에서 고기를 잡는 어화(漁火)를 보고 지은 시이다.

춘재는 또 벽산리에 있는 벽류정(碧流亭)에도 그의 글을 남기고 있다. 그는 벽류정중수기(碧流亭重修記)를 쓰고, 이어서 벽류정제영(碧流亭題詠)을 지었다. 

춘재는 나주에서 정창현, 나승집, 정철환 등 여려 문인과 반양금사(潘陽昑社)를 조직하여 회합(會合)을 갖고 시를 읊는 등 풍류생활을 가졌던 사람이다.